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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국(國)엔 백성의 소리가…천자문으로 본 학문

[MT서재]주역의 대가 이응문의 ‘세상을 담은 천자문 자해(字解)’

머니투데이 홍찬선 CMU 유닛장 |입력 : 2017.03.3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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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국(國)엔 백성의 소리가…천자문으로 본 학문

나라를 뜻하는 國(국)은 사람들의 의견(口)을 하나로 모아(一) 창(戈)을 들고 땅을(囗) 지킨다는 뜻을 갖고 있다.

勿은 ‘아닐 물’인데 물(水)은 없어서는 안 될 생명수이지만 지나치게 많으면 홍수가 나서 피해를 보는 것처럼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닐 불’로 읽히는 不도 마찬가지로 사람이 살아가면서 반드시 필요한 게 불(火)인데, 관리를 잘못하면 화재가 일어나 엄청난 피해를 볼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達(달)은 (목적지 등에) 이른다는 뜻인데, 달(月)과 발음이 같다. 문을 열다의 ‘열’과 十(십)의 뜻이 ‘열’이라는 것, ‘더해서 이롭다’는 뜻을 갖고 있는 益의 음이 익인데, 곡식이 익다는 ‘익’과 소리가 같다. 이런 사례들로 미루어 보면 한민족의 고유 말이 한자의 바탕이 되었을 가능성을 연구해볼만하다.

‘세상을 담은 천자문 자해(字解)’라는 책을 쓴 청고(靑臯) 이응문(李應文, 57) 선생은 “뜻 글자인 한자의 원리를 되짚어 보면 『周易(주역)』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주역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할 때 기본원리로 작용했기 때문에 한자와 한글은 유사한 점이 많다”고 설명한다.

‘이주역(李周易)’이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주역에 밝았던 야산(也山) 이달(李達) 선생의 친손자로서 25세부터 본격적으로 주역공부를 시작한 청고 선생은 “주역은 萬學의 으뜸으로서 학문의 제왕이고 천자문은 만학의 밑뿌리로서 학문의 초석”이라며 “천자문의 문장은 부모이고 문자는 자식으로서 연결돼 있다”고 강조한다. 한자와 한문이 어렵다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원리부터 차근차근 배우면 공부하는 기쁨에 빠져들어 절로 手舞足蹈(수무족도, 너무 기뻐 자연스럽게 춤추는 모습)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수많은 책 가운데 재미있고, 생각하게 하며,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게 좋은 책일 것이다. 한 번 잡으면 놓기 어려울 정도로 술술 재미있게 읽히며, 읽으면서는 물론 읽은 뒤에도 여러 가지 상상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어, 옛것을 알아 미래의 길을 밝혀주는 지혜가 있는 책이 그런 것이다.

‘세상을 담은 천자문 字解’는 한자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초학자는 물론 어느 정도 한자를 아는 사람들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읽으며 한자를 가깝게 만들 수 있는 책이다. 저자가 지난해에 간행한 『주역을 담은 천자문』과 함께 읽으면 더욱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을 담은 천자문 자해(字解)=(건편(592쪽), 곤편(576쪽)), 이응문 지음, 담디 펴냄, 각 2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