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윷엔 고대 천문학·세계관 담겨있다” 본회 임채우 부회장

 

▲  1972년 1호선 지하철 공사 때 옛 종루 자리에서 발굴된 귀기둥(우주·隅柱) 주춧돌(주초석) 위에 새겨진 윷판. 지름만 40㎝에 이르는 것으로 지금까지 발견된 건축물 관련 윷판 가운데 가장 크다. 한국윷문화학회 제공
“우리 겨레 생활사에 있어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3대 발명이 있으니 주택에는 온돌, 음식에는 김치, 놀이에는 윷입니다. 윷은 퉁구스계에 속하는 동이족이 창작해낸 놀이입니다.”역사학자인 이이화(한국윷문화학회 고문) 씨가 17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2013 전통문화 계승 학술대회’에서 한 격려사의 일부다. 한국민족종교협의회(회장 한양원)가 주최하고 한국윷문화연구소(소장 임채우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교수)가 주관한 이날 행사는 우리 윷문화를 주제로 한 최초의 본격적인 학술세미나였다.한양원 회장은 이날 대회사에서 “미국의 저명한 인류학자인 스튜어트 컬린(1858∼1929)은 한국의 윷이 전 세계 놀이문화의 원형이며 그 속에 심오한 철학과 종교사상이 담겨있다고 극찬한 바 있다”며 “사라져가는 윷문화를 복원하고 계승과 부흥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문화유산 등재운동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한국민족종교협의회는 이날 학술 대회와 함께 국내학자들의 윷에 관한 논문 22편을 모은 700쪽 분량의 ‘윷문화 자료집’을 펴냈다. 내년에는 미국과 일본, 중국 등 해외에서 나온 우리 윷문화 연구성과를 집대성한 ‘윷문화 자료집2’와 전통자료를 모은 ‘윷문화 자료집3’도 계획하고 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 임채우 소장은 ‘윷문화 계승의 당위성과 윷학의 필요성’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윷은 단순한 정초의 놀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만년 전 한반도에서 피어났던 천문학과 세계관이 결집된 고대 문명의 상징으로서 최소 1만 년 전 아메리카 대륙 및 인도 지역에 전파됐다”고 주장했다. 중국이나 일본 등 동아시아와 유럽 지역에는 윷놀이와 윷판도형이 없지만 아메리카 인디언들 사이에 우리와 같거나 유사한 윷놀이가 존재한다는 것. 미국 시카고 인근 미첼인디언박물관에는 우리의 윷과 거의 유사한 인디언 윷을 보관하고 있으며 일부 남미지역에서는 발음도 ‘윷’이라 부른다.

이와 관련, 임 소장은 지금부터 1만 년 이전 빙하기에 베링해가 연결돼 있었을 시기에 윷이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갔을 것이란 가설을 제기했다.

일찍이 단재 신채호는 윷놀이에서 언급되는 5가지 동물을 부여의 관직명과 연결시킨 바 있으며 육당 최남선 등은 윷의 기원과 관련, 중국의 저포(樗蒲)놀이 또는 몽골의 살한(撒罕) 유래설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청동기시대 말기까지 시기가 올라가는 윷판 암각화의 존재를 통해서 중국의 놀이와는 전연 별개의 윷문화가 고대 한반도에 존재했음을 추리할 수 있다는 게 임 소장의 설명이다. 가운데 한 점을 중심으로 28개의 점이 전후좌우 완벽한 대칭을 보여주는 윷판은 고대인들이 관찰했던 하늘의 별자리가 정리된 것이며 후대에 이 윷판에 윷가락이 결합돼 놀이의 형태로 발전됐다고 추론했다. 스튜어트 컬린은 1895년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출간된 ‘한국의 놀이- 유사한 중국·일본 놀이와 관련해’(2003년 열화당에서 번역 출간)에서 중국 저포놀이의 기원이자 베다시대(기원전 1500∼기원전 600)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인도의 파치시도 한국의 윷놀이가 변형된 형태로 보았다.

임 소장 발표의 토론자로 나선 장장식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이집트의 세네트(Senet)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수메르 유적지에서 발견된 우르(Ur)라는 놀이 등 윷놀이와 같은 형태의 판놀이(보드게임)가 의외로 많다”며 객관성을 담보한 비교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이날 송화섭 전주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에서만 발견된다는 ‘윷판형 암각의 종교적 성격’을, 이하우 한국선사미술연구소장은 ‘주초석에 새긴 윷판형 암각화의 성격’에 대해 각각 발표했다. 이 소장에 따르면, 2003년 한국암각화학회 춘계학술대회 당시 한반도 남부지방 33개 지역에서 65점 정도의 윷판형 암각화가 보고된 이후 지금까지 전국 46개 지역에서 143점이 확인됐다.

이 가운데 익산 미륵사지와 경주 반월성지·황룡사지, 종루 등 건축물의 주춧돌에서 발견된 윷판도형에 주목한 이 소장은 “북극성 중심의 천문질서가 지상에서도 동일하게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건물을 떠받드는 주초석 위에 윷판을 새긴 것”이라고 해석했다.

최영창 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