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에 앉아 도를 묻는다.

坐朝問道(좌조문도): 조정에 앉아 도를 묻는다.

訓 音 : 坐(앉을 좌) 朝(아침 조, 조정 조) 問(물을 문) 道(길 도)

 

▲ 문구 풀이

앞의 유우도당(有虞陶唐)과 주발은탕(周發殷湯)에 나오는 요순과 탕무 같은 성군(聖君)들이 제위(帝位)에 앉아 어질고 훌륭한 이를 등용하고 정치하는 도를 묻는다는 내용이다. 공자는 “아침에 도(진리)를 듣는다면 저녁에 세상을 떠나도 괜찮다(朝聞道 夕死可矣)”고 말씀하였는데, 여기서의 조(朝)는 궁성안의 넓은 뜰, 즉 조정(朝廷)을 뜻한다. 임금이 만조백관과 더불어 정사를 논의하는 때가 아침 무렵이므로 군신의 회합을 대개 조회(朝會)로 일컫는다.

▲ 글자 풀이

좌(坐)는 흙 토(土)와 두 사람(从). 두 사람이 서로 마주보고 앉는다는 뜻이다. 동사로 쓰이는 좌(坐)와 달리 자리 좌(座)는 자리를 뜻하는 명사이다. 좌우명(座右銘)이란 교훈이 되는 글귀를 늘 마음에 새기고자 평소 앉는 자리 가까운 곳(右)에 써서 걸어놓는 것이다.

조(朝)는 본래 ‘명불가식(明不可息)’, 즉 밝음(明)이 쉼 없이(十日十) 진행됨을 뜻한다. 해와 달이 교대(交代)하여 어두운 밤으로부터 마침내 밝은 아침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주역』에서 하늘을 상징하는 괘명(卦名)인 하늘 건(乾)은 원형이정(元亨利貞)의 네 가지 덕으로 표현하는데, 봄의 덕을 나타내는 으뜸 원(元)으로 건(乾)을 대표한다. 조(朝)의 왼편 자형(字形)을 건(乾)에서 취하고 오른편은 배(月 <舟>)를 취한 것으로도 보는데, 하늘의 밝은 덕을 싣는 배는 생명이 움트는 봄과 밝은 해가 동트는 아침에 상응한다. 낮과 밤은 해와 달이 주장하므로 낮 주(晝)에는 날 일(日)이, 밤 야(夜)에는 달 월(月)이 각기 들어있다. 참고로 저녁 석(夕)은 월(月)에서 한 획을 빼어 달뜨기 직전인 저녁을 나타낸다.

문(問)은 문 문(門)과 입 구(口). 본래는 문(門) 앞에서 소리쳐 사람을 부르는(口) 것으로 주인의 존재여부를 묻는다는 뜻이다. 또한 나가고 들어오는 출입구(출입문)를 찾는 뜻이기도 하다.

도(道)는 쉬엄쉬엄 갈 착(辵=辶)과 머리 수(首). 머리의 모습을 본뜬 수(首)에다가 천천히 나아간다는 착(辵)을 더해서 머릿속에서 생각하고 판단하는 대로 자연 몸뚱이와 팔다리가 서서히 앞으로 움직여 나아간다는 뜻이다. 또 다른 의미에서는 수(首)는 삼라만상의 근원인 ‘태극(太極)’을 말하고 부수인 착(辵)은 태극의 운동을 통해서 ‘움직여 나아가는 과정’을 뜻하므로, 발(足)이 일이삼(一二三→彡) 세 단계로 움직여 나아간다는 뜻이 있다. 이는 머리인 태극이 자연하게(自) 하나가 둘을 낳고 둘은 다시 중간을 낳아 일이삼(一二三)을 이루듯이 태극에 의해서 하늘이 열리고(天開) 땅이 열린(地闢) 뒤에는 천지음양이 서로 사귀어 만물이 생성(人生)되는 것을 말한다. 즉 음양(一變) 사상(二變) 팔괘(三變)로 전개되는 ‘삼변성도(三變成道)’를 뜻한다.

垂拱平章(수공평장) : 팔짱낀 채 고루 평안하게 다스린다.

訓音 : 垂(드리울 수) 拱(꽂을 공, 팔짱 공) 平(평할 평, 고를 평) 章(빛날 장, 문장 장)

 

▲ 문구풀이

좌조문도(坐朝問道)에 뒤이어 자연 그대로의 조화정치인 ‘무위이치(無爲而治)’를 설명하고 있다. 공자는 덕치(德治)에 의한 정사(政事)를 붙박이 별인 북극성을 중심으로 뭇별(28宿)들이 에워싸고 돌아가는 것에다 비유하였는데, 이는 치국평천하의 도가 충서(忠恕)에 의함을 말한 것이다. 수공(垂拱)은 소매를 아래로 드리우고 팔짱낀 채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 평장(平章)은 평화롭고 찬란히 빛난다는 뜻이다. 서경에 보면 주나라 강왕(康王)이 태사(太師)에게 자기를 낮추어 말하기를 ‘아름다운 공적이 선왕 때에 많았으니 나 소자는 손만 포개고(垂拱) 그 선대의 성공한 것을 우러른다(嘉績多于先王, 予小子垂拱仰成)’고 했고, 요전에도 ‘백성을 고르게 다스림에(平章) 백성이 모두 밝아졌다(平章百姓, 百姓昭明)’고 하였다.

아울러 『주역』의 「계사전」의 황제와 요순 등이 천현지황(天玄地黃)에 따른 현의황상(玄衣黃裳)의 용포(龍袍)를 걸치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세상이 잘 다스려졌다는 내용과 통한다.

수공(垂拱)과 평장(平章)의 내용 또한 운을 맞추기 위해 앞뒤의 역사적 사실에 따른 내용을 바꾸어 놓았다고 볼 수 있으며 수공평장(垂拱平章)이란 구절 자체로도 완성된 문장이다.

▲ 글자풀이

수(垂)는 흙(土)에서 줄기가 뻗어 가지를 치고 수많은 열매(十)가 매달린 모양. 나뭇가지가 열매 무게로 인해 아래로 축 늘어져 드리움을 가리킨다. 새가 날개를 아래로 드리워 접는 것을 수익(垂翼)이라고 한다. 물가에 가지를 드리우는 버드나무를 수양(垂楊)버들이라 한다. 관련글자로 눈꺼풀이 무거워져 감기는 잘 수(睡), 아래로 침을 뱉는 침 타, 뱉을 타(唾) 등이 있다.

공(拱)은 손 수(手)와 같이 공, 함께 공(共). 두 손(手)을 하나로 모아(共) 팔짱 낌을 나타낸다. 두 손을 하나로 모은 손가락 마디 28개를 표상한 공(共)은 북극성 하나(一)를 중심으로 28수(卄+八) 별자리가 일체를 이루어 돌아감과 같다. 절을 할 때나, 인사를 나눌 때, 기도를 할 때 두 손을 하나로 모으는 까닭은 공손함(恭=共心)을 표현하는 동시에 삼재합일과 내외일치를 상징한다.

 

천자문07

<그림 설명 : 윷판 28宿도>

평(平)은 천간 간, 방패 간(干)과 여덟 팔(八). 간(干)은 하늘의 십간(十干=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을 가리키고 팔(八)은 나뉨을 나타내므로 하늘의 도가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골고루 베풀어진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고르다’, ‘평평하다’, ‘다스리다’는 뜻이 나온다.

장(章)은 설 립(立)과 새벽 조, 아침 조(早). 동이 트는 이른 아침(새벽)의 밝음을 나타낸다. 열 십(十)과 소리 음(音)의 조합으로 보면 분명한 소리로 발음되는 문자들의 모임 즉 글(문장)을 이른다. 하늘은 십(十)의 조화로써 음양오행을 생성변화하며, 궁상각치우(宮商角徵羽)와 아설순치후(牙舌脣齒喉)의 오음(五音)도 이로 말미암아 생성된다. 장(章)은 또 日辛(新) 즉 날이 새롭게 바뀌는 뜻으로 19세(歲) 동안 7번의 윤달을 넣는 달력의 운행주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역법에서 1장(章)은 19년을 나타내고, ‘19세(世) 7윤법(閏法)’을 ‘장법(章法)’이라고 한다.

 

▲ 道에 대하여

 

도(道)자에서 머리 수(首) 아래의 自(스스로 자, ~로부터 자)는 본래 사람의 코(鼻)를 본뜬 글자이다. 코는 얼굴의 중심에 자리한데다 가장 중요한 생명활동인 호흡을 하는 기관이므로 자기 자신을 대표하는 곳이다. 생명의 시작이 자연적인 호흡활동에서 비롯되는 데에서 자(自)에는 ‘스스로 비롯되다’ 또는 ‘~로부터’ 등으로 쓰인다.

또한 首에서 自를 제외한 윗부분을 살펴보면 음양의 부호인 ━(一)과 ╍(八)의 모양으로 되어있어 하나(━)에서 둘(╍)이 양쪽으로 갈라져 나오는 ‘일생이법(一生二法)’의 원리를 보여준다. 즉 태극을 머리로 하여 음과 양이라는 두 가지 모습이 자연 생성되어 나오는 이치이다. 태극에서 먼저 양이 동(動)하고 그 다음 음이 정(靜)하여 하늘(陽)과 땅(陰)이 열려 나오는 것이 일생이법이므로 수(首)는 다름 아닌 태극의 도(道)를 가리킨다. 천지음양조화로 나온 모든 삼라만상은 이 태극을 머리(首)로 삼지 않음이 없다.

『주역』에서는 “한번은 음이 되고 한번은 양이 되는 것이 도(一陰一陽之謂道)”라고 정의했다.

천자문08

 

 

태극이 운동을 하는데 한번 움직이면 일양지(一陽之)이고 한번 고요해지면 일음지(一陰之)이니 음양의 동정변화(動靜變化)로써 나타나는 그 길을 따라 나아가는 것이 곧 도(道)라는 것이다.

양의 과정이 오면 위로 올라가고 음의 과정이 오면 아래로 내려가니 삼라만상이 모두 이 길(道) 따라 가는 것이다. 태극의 길 따라, 음양 동정의 길 따라 제각기 제발(路)로 걸어간다. 이 우주의 모든 삼라만상이 이 길을 벗어나서 가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모두 다 이 길 따라 나아간다.

『중용(中庸)』에서는 道에 대한 개념을 “하늘이 명령하신 것이 성품이고, 그 성품 그대로 따르는 것이 길(道)이며, 그 길을 닦아놓은 것이 성인의 가르침이라(天命之謂性, 率性之謂道, 修道之謂敎)”고 정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