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을 위로(조문)하고 허물을 (물어)친다.

월간중앙 2013년 2월호 – 이응문의 주역으로 푸는 천자문 12

弔民伐罪 周發殷湯

 弔民伐罪(조민벌죄) : 백성을 위로(조문)하고 허물을 (물어)친다.

훈음 : 弔(조문할 조, 위로할 조) 民(백성 민) 伐(칠 벌) 罪(허물 죄)

 

▲ 문구 풀이

조민(弔民)은 도탄에 빠진 백성들의 슬픔과 고통을 위로해줌이고, 벌죄(伐罪)는 백성을 해치는 폭군의 죄를 물어 징벌함을 뜻한다.

은(殷)나라 말기에 폭군 주(紂)가 포악무도하여 사람 죽이기를 일삼고 백성을 모두 도탄에 빠뜨렸다. 그때 성인 문왕(文王)이 서쪽 제후(西伯)로 있어 백성들이 모두 문왕에게 몰려가니 이를 시기한 주가 문왕을 유리옥(羑里獄)에 가두었다. 문왕이 세상을 떠난 후 백성들은 문왕의 아들 무왕에게 찾아가서 주를 죽이고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해달라니 애원하니 그때 무왕이 “민심은 천심일지니 백성이 나를 찾아와 나에게 주를 베라고 한 것은 바로 하늘이 시키는 것이다”라고 하면서 칼을 뽑아들었다. 그 때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는 무왕의 말고삐를 붙잡고서 “신하된 입장에서 한 나라의 임금을 칠 수 없다(以臣伐君)”고 간하였으나 무왕이 “백성이 있고서야 임금이 있는 법인데 지금 백성은 이미 주의 곁을 떠났다. 그렇다면 주는 이제 더 이상 한 나라의 임금이 아니라 한 사내(獨夫)에 불과하니 악한 사내를 응징하는 것이다.”하고서 폭군 주를 베어 은(殷)나라를 치고 주(周)나라를 세웠다. 또한 우(禹)임금이 세운 하(夏)나라도 마침내 후손에서 포악한 정치를 일삼는 폭군 걸(桀)이 나와 민심을 잃고 백성의 원망을 사자 역시 탕(湯)이 칼을 뽑아들어 하(夏)나라를 치고 은(殷)나라를 세웠다.

 

▲ 글자 풀이

조(弔)는 활 궁(弓)에 사람 인(人). 본래는 활을 든 사람을 뜻하는데, 죽은 사람을 찾아가 조문하는 것을 말하며, ‘위문(慰問)한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굴건(巾)을 쓴 상주가 곡함을(口) 나타내는 조(吊)는 그 속자이다. 시신을 관곽(棺槨)에 넣고 매장한 뒤 봉분(封墳)을 세우고 주변에 나무를 심는 것과 달리 원시사회의 장례(葬禮)는 흰 띠(茅, 모)를 깔고 땔나무나 가시덤불로 시신을 덮어 들에다 안치하였다. 조(弔)는 시신을 훼손하는 들짐승이나 날짐승들을 조상(조문)간 사람이 활로 쏘아 쫓아낸 데에서 유래된 글자이다. 비슷한 글자로 활에 화살(丨)을 매겨 팽팽하게 끌어당김을 뜻하는 끌 인(引)이 있다.

민(民)은 넓은 땅(口)에 뿌리(氏)를 두고 살아가는 사람들로서 나라 안의 모든 성씨(百姓)를 일컫는다. 모든 싹들이 움트는 모양 또는 여인이 몸을 구부려 젖을 먹이는 모습을 나타낸다는 견해도 있다. 각시 씨(氏) 部首(부수)에 속한 民에는 『서경(書經)』에 이른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며(民惟邦本) 근본이 든든하면 나라가 태평하다(本固邦寧)”는 민본사상이 담겨있다.

벌(伐)은 사람 인(人)과 창 과(戈)로 사람이 무기를 들고 상대방이나 적군을 치는 것을 말한다. 적과 싸워 승전하면 전공을 내세울 수 있으므로 ‘자랑하다’는 뜻도 된다.

죄(罪)는 그물 망(网→罒)과 아닐 비(非). 도리나 법조항 등에 어긋난 짓을 하여 법망에 걸리는 허물을 짓는다는 뜻이다. 참고로 網(그물 망)은 들짐승을 잡는 그물, 罟(그물 고)는 물고기를 잡는 그물, 羅(새그물 라)는 날짐승을 잡는 그물을 의미한다. 모든 것을 다 포괄하여 아우르는 뜻을 망라(網羅)라고 한다.

 

 周發殷湯(주발은탕) : 주나라 무왕(武王)과 은나라 탕왕(湯王)이다.

훈음 : 周(나라 주, 두루 주) 發(필 발, 쏠 발) 殷(나라 은, 성할 은) 湯(끓을 탕)

 

▲ 문구풀이

앞 문구의 조민벌죄(弔民伐罪)의 역사적인 예로 주발은탕(周發殷湯), 즉 은나라 폭군인 주(紂)를 치고 주나라를 일으킨 무왕(武王) 발(發)과 하나라 폭군인 걸(桀)을 치고 은나라를 일으킨 탕(湯) 임금을 들었다. ‘유우도당(有虞陶唐)’과 마찬가지로 시대적으로 주의 무왕보다 은의 탕 임금이 앞서지만 바깥의 ‘이응(ㅇ)’ 운을 맞추기 위해 ‘주발은탕’이라고 하였다.

요순 이후 왕조시대인 하은주(夏殷周) 삼대부터는 민심에 따라 천명이 정해지므로 민심을 잃으면 마땅히 왕조를 바꿀 수 있다는 혁명사상이 일어난다. 주역의 혁괘(革卦) 단전(彖傳)에도 “천지의 도수가 바뀌어 사시가 이루어지며, 탕왕과 무왕이 혁명하여 천명에 따르고 백성의 뜻에 응하였으니, 고치는 때가 참으로 크도다!”고 하였다.

요순과 탕무는 모두 성인(대인)으로서 그 덕이 같지만 천시변화에 따른 치란성쇠(治亂盛衰)의 때가 다르다. 역(易)으로 설명하자면 요순은 어진 용대인(龍大人)에 해당하고 탕무는 의로운 호대인(虎大人)에 해당한다. 동방의 청룡은 운행우시(雲行雨施)하는 봄의 어진 덕(仁德)을, 서방의 백호는 숙살호변(肅殺虎變)하는 가을의 의로운 덕(義德)을 상징하는 까닭이다.

 

▲ 글자풀이

주(周)는 쓸 용(用)과 입 구(口). 말할 때 입을 써서 의사소통을 두루 표현한다는 뜻으로 주밀(周密)하다는 의미이다. 나라의 이름으로도 쓰이지만 입 구 자(口)의 각진 모양(□)을 둥그런 모양(○)의 변형으로 보면 상하사방(六合)의 공간적 주위(周圍) 또는 일월이 천체를 선회하여 제자리로 돌아오기까지의 시간적 주기에 대한 뜻도 담겨있다. 유학의 최고경전인 『주역(周易)』 또한 천체일월의 운행주기를 본체로 하여 인사준칙을 제시한 글로 의미가 상통한다. 여기서는 나라의 명칭을 가리킨다.

발(發)은 부수는 등질 발(癶)이나 글자는 짓밟을 발(癹)과 활 궁(弓)으로 이루어졌다. 즉 두 발로 힘차게 땅을 디디고 활을 쏜다는 뜻이다. 시위를 당겨 쏘는 모습이 맺힌 꽃망울이 터져 활짝 피어남과 통하므로 ‘필 발’이라고 한다.

은(殷)의 왼편은 몸 신(身)의 비틀림 즉 몸을 뒤집고 비트는 반신(反身)을 나타내며, 몽둥이(막대기 또는 창)를 본뜬 창 수(殳)는 치고 두들김을 가리킨다. 즉 몸을 비틀면서 춤추고 북과 장구 등의 악기를 연주하는 ‘풍악의 성대함’을 뜻하는데, 은나라 백성은 풍류를 좋아하여 가무와 음악이 성행하였다고 한다. 풍악을 성대히 연주하는 데서 ‘성하다’는 뜻이 나오고 음악이 융성하였던 ‘은나라’를 가리키기도 한다.

탕(湯)은 물 수(氵)와 볕 양(昜=陽). 볕에 의해 물이 데워짐을 나타내다가 지금은 물이 펄펄 끓음을 뜻한다.

 

 ▲ 周자 속에 담긴 철학적 의미

1) 周 (用 + 口)

周자를 파자하면 우선 쓸 용(用)과 입 구(口)의 합성자로 볼 수 있다. 用을 쪼개면 벗 붕(朋)자가 되는데 朋자는 두 달(月+月)인 60日을 가리키고, 口는 동그라미 모양(○)의 변형자로서 천체의 운행을 뜻한다. 이를 미루어 보면 천간인 10간과 12지지의 조합에 의한 ‘60간지의 운행주기’가 곧 周이다. ‘하늘과 땅이 짝하여 합하는 것’이 60간지로 이루어지므로 달력에서는 60간지에 상응하는 60일로써 역수(曆數)의 문(門)을 세워서, 60일을 기준으로 해의 운행은 61일로서 하루가 넘치고 달의 운행은 59일로서 하루가 부족하다고 보아 과불급(過不及)한 운행역수를 계산한다. 여기서 나온 글자가 間(사이 간), 閏(윤달 윤)이다.

 천자문06
[그림] 기영과 삭허도

주역에 수택절(水澤節, )괘가 있다. 공자는 이 절(節)괘를 두고 ‘절로써 도수를 짓는다(節以制度)’고 설명하였다. 주역의 순서로 60번째에 해당하는 이 절괘는 천도운행의 마디가 되는 60일의 주기와 상통한다. 또한 이 절 괘의 마지막 효도 한 해의 주천상수(周天常數)에 해당하는 360번째 효로 1년 360일과 맞아 떨어진다. 즉 周자를 통해서 60간지를 운용하는 달력이 주역원리에 바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 周 (中 + 卜 + 口, 中 + 占)

周자를 가운데 중(中)과 점 복(卜) 그리고 입 구(口)의 합성자로 보면 복서(卜筮)의 의미인 ‘사물의 길흉화복을 점쳐서(占) 중도(中)에 맞게 쓰다’는 뜻도 된다. 따라서 입(口)을 활용하여(用) 의사를 두루 표현하다는 뜻만이 아니라 어느 한쪽으로 편중되지 않고 사리에 맞게 말한다는 뜻도 있는 것이다.

본래 점 복(卜)은 거북등의 갈라진 선을 본뜬 상형문자이지만 이치적으로는 천지의 법도를 하나로 꿰고 통하여(丨: 뚫을 곤) 그 중심에다 점(丶: 점 주)찍는 것을 말한다. 가운데 점을 정확히 찍어야 모든 중심이 잡히듯이 卜에도 用과 마찬가지로 中에 대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점치는 것은 천지의 중간에 있는 사람 인(人)으로서 그 때의 맞춤(時中)과 그 처한 바에 맞춤(處中)의 도리를 구하고자 함인데 마침 卜의 글자형태가 人과 비슷하다.

그러므로 점치는 목적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과불급(過不及)이 없는 떳떳한 중도(中道)를 세우는 ‘윤집궐중(允執厥中)’에 있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