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중에서 거궐이 이름나고, 옥구슬은 야광을 일컫는다

월간중앙 2012년 8월호 – 이응문의 주역으로 푸는 천자문

劍號巨闕 珠稱夜光

 

劍號巨闕(검호거궐) : 검중에서 거궐이 이름나다.

훈음 : 劍(칼 검) 號(부를 호, 이름 호) 巨(클 거) 闕(집 궐, 뺄 궐)

 

▲ 문구 풀이

金生麗水에 연계된 문구로 품질 좋은 쇳덩이를 캐내어 정련(精練)한 명검 중 거궐을 예시하였다. 거궐(巨闕)이라는 칼은 옛날 구야자(區冶子)라는 사람이 만든 것이다. 월(越)나라 임금 구천(句踐)이 오(吳)나라와 싸워 이기고 여섯 자루의 보검을 얻었는데, 그 이름은 각각 오구(吳鉤), 담로(湛盧), 간장(干將), 막야(莫耶), 어장(魚腸), 거궐(巨闕)이었으며, 이 중 거궐(巨闕)이 가장 훌륭한 보검으로 전해내려 온다.

 

▲ 글자 풀이

劍은 僉(다 첨)과 刂(선칼 도). 등과 날로 나뉜 刀(칼 도)와 달리 양쪽 다 날이 세워진 칼을 이른다. 僉은 모인(亼 모을 집) 사람들이 한 목소리(口+口)를 내어 쫓아감(从→從) 즉 일을 완수하고자 단합한다는 뜻이다(合+合: 異口同聲).

號는 唬(범이 울 호)와 丂(막힌 숨이 돌연 터져 나옴). 범(虎)이 아가리(口)를 벌려 부르짖는 것에서 우렁차게 외친다는 뜻이며 号는 그 속자이다. 자신을 떳떳이 세상에 알리는 號 외에 부모가 지어 함부로 부를 수 없는 名(이름 명)과 성인의식을 치를 때에 받는 字(시집갈 자)가 있는데, 모두 兌( : 기쁠 태, 바꿀 태, 서방 태, 말씀 태)와 관련된다. 연못의 수증기나 입김을 표상한 兌가 서방 백호(白虎), 해지는 저녁, 씨(자식)를 거두는 가을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巨는 자(工)를 손( 에서 一을 뺌)으로 움켜쥔 모습으로 물건을 만드는 데 공구의 힘이 크다는 뜻이다. 대목들이 쓰는 도구인 직각자와 그 손잡이를 본뜬 工(장인 공, 이을 공)은 천지(二)의 기운이 교통하여(丨) 만물을 만듦 또는 사람이 천지이치를 통하여 물건을 만든다는 뜻도 된다. 대학(大學)에는 평천하(平天下)의 요체를 자기 마음을 미루어 남의 마음을 헤아리는 혈구지도(絜矩之道)로 표현하였다. 잣대를 균제방정(均齊方正)하게 활용하여 큰일을 감당한다는 뜻에서다.

闕은 門(문 문)과 欮(쿨룩거릴 궐). 천자의 대궐(궁궐)을 말하며, 보궐(補闕)의 용례에서 보듯이 빠짐을 뜻하기도 한다. 인원수를 셀 적에 만백성의 중심인 천자는 빼놓기 때문이다. 임금과 귀인의 이름은 공경하는 뜻에서 글자획을 줄여 쓰고 한두 글자 쓸 자리를 비우거나 줄을 바꾸는데, 이를 궐획(闕畫) 궐자(闕字)라고 한다. 欮은 떠받쳐(凵) 되받아내는 屰(거스를 역→逆)과 기력이 떨어져 하품한다는 欠(하품 흠, 부족할 흠)을 합쳐, 쿨룩거림을 나타낸다.

珠稱夜光(주칭야광) : 옥구슬은 야광을 (으뜸으로) 일컫는다.

훈음 : 珠(구슬 주) 稱(저울 칭, 달 칭, 일컫을 칭) 夜(밤 야) 光(빛 광)

 

▲ 문구 풀이

주칭야광(珠稱夜光)은 옥출곤강에 연계된 문구이며, 곤륜산에서 캔 뛰어난 옥 가운데 어두운 밤중에도 대낮같이 영롱하게 붉은 빛을 뿜는 진주(珍珠)를 일컫는다. 오행 중 어둠을 밝히는 불(火)은 남방에 속하는데, 그 신령스런 짐승이 봉황(鳳凰)의 일종인 주작(朱雀)이다. 밝은 덕을 숭상하는 뜻에서 옥 또한 붉은 광채를 내는 것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다.

따라서 주칭야광은 구슬 중에는 밤에도 빛나는 야광주가 제일이라는 말이다. 야광주에 얽힌 고사는 상당히 많은데, 대표적인 것으로 춘추시대에 수(隨)나라 임금이 용(龍)의 아들을 살려주자 그 용은 길이가 한 치 넘는 진주를 그에게 주어 은혜에 보답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 진주는 빛이 나서 밤에도 낮과 같이 환하게 비쳤다. 수나라 임금은 이것을 초(楚)왕에게 바쳤고, 초왕은 크게 기뻐하여 몇 대가 지나도록 약소국인 수나라를 침공하지 않았다고 한다.

 

▲ 글자 풀이

珠는 玉(구슬 옥)과 朱(붉을 주). 붉은 빛을 내뿜는 옥을 뜻한다. 株(그루터기 주)와 制(지을 제) 등에서 보듯이 朱는 본래 잘라낸 나무 밑동을 나타내며, 그 표면이 붉다는 뜻이다.

稱은 禾(벼 화)와 爯(들 승). 秤은 속자이다. 쌓은 볏단을 들어올려 무게를 다는 저울을 뜻하며, ‘달다’ ‘일컫다’ 등의 동사로도 쓰인다. 저울 눈금을 보아 근량(斤兩)을 헤아리듯이 대상물을 정확히 파악하여 지목(指目)하는 것이다. 爯은 爪(손톱 조)와 再(두 재, 거듭 재) 즉 차곡차곡 쌓아 들어올린다는 뜻이다.

夜는 亠(머리 두) 밑에 亻(人)과 月(달 월)을 변형한 夂(뒤져서올 치)와 丶(점 주). 달(月)이 천천히 올라와서 모든 이(亻)가 집에 들어가(亠→入) 잠자는 밤을 뜻한다. 낮과 밤을 해와 달이 밝히므로 주야(晝夜)에 각기 日月이 들어있다.

光은 하늘의 밝은 빛을 뜻하며, 元(으뜸 원) 先(앞 선) 등과 글자형태와 의미상 맥을 같이한다. 위는 해와 달과 별의 빛살을 나타내고 아래 兀(우뚝할 올)은 높은 하늘을 가리키는데, 땅(一) 밑에 씨(儿)가 뿌리내리고 줄기(丨)와 가지(丷)를 뻗는 모습이기도 하다.

※ [참조] 천지를 낳는 태극(太極)은 광명(光明)하며, 역(易)은 이 태극을 보유하고 있다. 易은 삼천양지(參天兩地: 하늘은 셋, 땅은 둘)를 기본수리로 하는데, 光의 위(小)는 하늘의 3, 아래(儿)은 땅의 2, 중간(一)은 삼천과 양지를 낳는 태극의 1에 상응한다.

 

 

아호(雅號)를 쓰는 의미에 대하여

사람이 태어나서 부모에게서 받는 이름을 ‘명(名)’, 자라서 성인의식을 치를 때에 받는 것을 ‘자(字)’, 사회적으로 자신을 떳떳이 알리기 위해 자신의 의지나 취향을 나타내어 스스로 짓는 것을 ‘자호(自號- 퇴계退溪 이황)’, 집에 대한 것을 ‘택호(宅號- 여유당與猶堂 정약용)’, 죽은 후 나라에서 그 공덕을 기려서 내려주는 것을 시호(諡號 – 충무공忠武公 이순신)라 하며 존경하는 스승이나 친한 벗들이 그 사람에게 어울리게 지어주는 것을 ‘아호(雅號 – 阮堂 김정희)’라 한다.

명(名)이라 함은 흔히 부모가 지어준 이름을 말한다. 보통은 부모와 같은 어른만이 자식 같은 아이의 이름을 부를 수 있기 때문에 부모님이 지어준 명(名)은 어둠에 덮이듯 삼가야 하므로 함자를 ‘귀로는 들을지언정 입으로는 말하지 않는다(耳可得聞, 口不可言也)’라고하여 소중히 여겼다.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에도 ‘諱(꺼릴 휘)’라고 하여 함부로 웃어른의 함자를 부르지 않았다. 여기에서 연원되어 명(名)은 함부로 부를 수 없는 이름이라 하여 자(字)와 호(號)로써 대신하였다.

자(字)가 관(冠)을 상징하는 것이라면 호(號)는 입(口)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갓으로써 성년(成年)이 되었음을 표시한다면 입으로써 인격체(口實, 成果)를 헤아리게 되는 것이다.

호(虎)를 보통 청룡(靑龍)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백호(白虎)라고 부르는데, 백호는 방위로는 서쪽에 속하며 계절로는 오곡백과가 영글고 단단히 열매 맺는 가을철에 해당한다. 때문에 호(號)는 봄, 여름 동안 자신을 갈고 닦으며 때를 기다리다가 때가 무르익어 가을이 되면 口가 글자 위에 있어서 범이 포효(咆哮)하듯 세상에 내놓고 널리 쓰는 것이다.

오곡백과도 가을이 되면 제각기 그 호칭(號稱)대로 열매를 맺는다. 마찬가지로 인생의 가을시기에는 몸과 마음이 모두 성숙하여 자기의 뜻과 공부한 바를 세상에 널리 펴 마침내 나도 바꾸고 세상도 바꾸어 나가는 것이다.

또 이름과 호를 놓고 말하면 다같이 입으로 부르는 것이지만, ‘이름 명(名)’자는 저녁 석(夕) 밑에 입(口)이 가려져 있어 부르기 어렵고(諱), ‘부를 호(號)’자는 입이 위로 드러나 있어 누구나 부담 없이 부를 수 있다. 때문에 평등(平等)을 강조 하는 지금은 부르는 이와 듣는 이에게 수평(大同)의 의미를 부여해주는 호가 널리 쓰일 수 있는 시대이다.

지금 익히는 천자문 또한 각각 나름대로의 사연과 의미가 잠장된 천개의 호칭이 주어진 글자들의 집합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