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올라 비를 이루고, 이슬이 맺혀 서리가 된다.

월간중앙 2012년 6월호  이응문의 주역으로 푸는 천자문 (5)

 

雲騰致雨 露結爲霜

 

雲騰致雨(운등치우) : 구름이 올라 비를 이룬다.

훈음 : 雲(구름 운) 騰(오를 등) 致(이룰 치) 雨(비 우)

 

▲ 문구 풀이

한 해 열두 달에 따른 율려(律呂)로써 음률의 음양조화를 언급하고 뒤이어 이러한 음양조화에 따라 기후가 변동함을 설명하고 있다. 주역에 “구름이 움직이고 비가 베풀어져 모든 물건이 제각기 얼굴모양 즉 꼴을 갖춘다(雲行雨施 品物流形)”하였는데, 구름과 비는 땅의 지열에 의해 수증기가 위로 증발하여 찬 하늘의 공기와 뒤섞이는 것에서 형성된다. 천지의 음양교합이 운우로 상징되므로 부부의 사람을 운우지정(雲雨之情)으로 일컫는다.

 ▲ 글자 풀이

雲은 雨(비 우)와 云(이를 운). 빙빙 맴돌며 위로 오른 수증기(云)가 비 내리는 구름(雨)을 이룬다는 뜻이다. 예전에는 雲을 云으로 썼다. 땅에서 거둬진 기운이 모여 하늘로 오름 즉 지기(地氣)가 올라 구름이 됨을 가리키는데, 말할 적에 입김이 밖으로 퍼져나오는 모습과 통한다. 云의 二는 上(위 상, 오를 상), 주머니 모양인 厶(마늘 모)는 공기가 회전됨을 나타낸다.

騰은 둘로 쪽진 통나무 배가 부력(浮力)에 의해 물 위에 두둥실 뜸을 나타낸 勝(이길 승)에서 비롯된 글자로, 힘차게 뛰어오르는 말 또는 말등에 올라탐을 뜻한다. 갈라진 틈새를 뜻하는 朕(조짐 짐)과 馬(말 마)를 합친 형태로 보면 뱃전틈새로 솟구치는 물처럼 말이 뛰어오른다는 뜻이 된다. 발판을 발로 밟고 단계적으로 올라가는 것은 登(오를 등)으로 표현한다.

致는 至(이를 지)와 攵(攴: 칠 복, 두드릴 복). 갈 길을 채찍질하고 고무진작(鼓舞振作)하여 끝내 목적지까지 이르게 한다는 뜻이다. 목적지에 이르는 전 과정을 내포한 致와 달리 至는 정점(頂點)에 완전히 이른 상태를 가리킨다.

雨는 帀(두를 잡)과 水(물 수). 수증기가 하늘에 올라 두터운 구름을 이루고 마침내 엉긴 물방울이 무거워져 아래로 비가 떨어짐을 나타낸다. 帀은 수건(巾: 수건 건) 등으로 띠를 두른(一) 것으로 ‘둘러싸다’는 뜻이다. 천으로 아랫부위를 가리는 데에서 ‘덮다’는 뜻이 있으므로 위에서 아래를 감싸서 다스리는 뜻도 된다. 帝(임금 제)와 帥(장수 수, 거느릴 솔) 布(베 포, 펼 포) 등에서 이런 뜻이 잘 드러난다.

 

 

露結爲霜(노결위상) : 이슬이 맺혀 서리가 된다.

훈음 : 露(이슬 로) 結(맺을 결) 爲(할 위) 霜(서리 상)

 

▲ 문구풀이

기상의 변화인 운등치우(雲騰致雨)에 이어 기후의 변동을 설명한 문구이다. 음력 7월 초가을의 문턱인 입추(立秋) 다음 더위가 그치는 처서(處暑)가 온다. 중추가절(仲秋佳節)인 8월의 절기는 백로(白露)와 추분(秋分)이다. 백로(白露)가 되면 기후가 서늘해져 이슬이 맺히다가 늦가을 9월에 접어들면 점차 추워져 맺힌 찬 이슬이 서리로 바뀐다. 추분을 전후로 백로(白露)와 한로(寒露)가 있고 뒤이어 상강(霜降)이 오기 때문에 이슬이 맺히다가 점차 서리로 변한다고 하였다.

▲ 글자 풀이

露는 雨(비 우)와 路(길 로). 길섶에 맺힌 물방울로 이슬을 가리킨다. 가을절기인 백로와 한로는 뿌린 씨가 결실되어 본모습을 드러내는 시기이므로, 노출(露出)과 폭로(暴露)의 단어용례에 보이듯이 ‘드러냄’을 뜻하기도 한다.

結은 糸(실 사)와 吉(길할 길). 모든 일에 있어서 길함으로 잘 매듭지으라는 뜻이다. 결혼(結婚)할 때도 청실과 홍실을 묶어 부부(夫婦)의 백년해로(百年偕老)를 약속(約束)한다.

爲는 爪(손톱 조→手)와 灬(불화 발→足 또는 火) 사이에 及(미칠 급). 손발을 움직여서 일을 하거나 물건을 만듦 또는 손을 사용하여 도구를 만들고 불을 이용하여 음식을 익혀먹는 등의 행위를 뜻한다. 짐승 가운데 가장 손을 잘 쓰고 비슷한 흉내를 내는 것은 원숭이인데, 『설문해자(說文解字)』에는 어미 원숭이가 손(爪)으로 머리를 긁적거리는 모양으로 보았다. ‘하다’ ‘되다’ ‘만들다’ ‘위하다’ ‘삼다’ 등의 뜻으로 다양하게 쓰인다. 일설에는 爪와 象(코끼리 상, 모양 상), 즉 코를 손과 같이 자유자재로 쓰는 코끼리 모습이라고 주장한다.

霜은 雨(비 우)와 相(서로 상). 초목의 싹눈(相)이 하얗게 돋는 것처럼 하얗게 엉겨붙은 물방울(雨). 즉 서리를 가리킨다. 相은 생명이 눈을 뜨고 사물을 바라본다는 면에서 ‘볼 상’, 보는 주체와 보이는 객체가 상대적으로 존재하는 면에서 ‘서로 상’, 서로 힘을 합하여 돕는다는 뜻에서 ‘도울 상’, 나아가 나라의 안녕과 민생의 안정을 돕는 임금 측근의 대신(大臣)이라는 뜻에서 ‘재상 상’으로 쓰인다.

 

▲ 주역적 풀이

주역 건괘단전(乾卦彖傳)에 “구름이 움직이고 비가 베풀어져 모든 물건이 제각기 얼굴모양을 갖춘다(雲行雨施 品物流形)” 고 하였다. 앞문구인 운등치우(雲騰致雨)는 음양교통에 의한 운우의 형성을 말하고 뒷문구인 노결위상(露結爲霜)은 음양변화에 의한 기후의 변동을 이른다. 앞의 윤여성세(閏餘成歲)와 율려조양(律呂調陽)에 한 해의 역수(曆數)를 설명하고 홀수달(양)과 짝수달(음)의 순서에 따라 음률 또한 육률(六律)과 육려(六呂)를 두어서 음양이 조화함을 언급하였다. 그러므로 뒤이어 천지음양의 두 기운으로 인하여, 구름이 오르며 비가 내리게 됨과 이슬이 맺히다가 마침내 서리가 끼는 절기변화가 있게 됨을 말한 것이다.

춥지 않을 때에는 여름에도 이슬이 내리기도 하지만 날씨가 추워지면 엉겨 맺혔던 이슬이 서리가 된다. 팔월 한가을 때에는 이슬이 하얗게 오르는 백로(白露)와 추분(秋分)의 절기이며, 구월 늦가을에는 찬 이슬이 맺히는 한로(寒露)와 서리가 내리는 상강(霜降) 절기이다. 낙엽이 지는 구시월 단풍 때가 되어서 서리가 내리지만 사실은 이슬이 맺혀서 점차 서리로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