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은 짜며 강물은 싱겁고,물고기는 물속에 잠기고,깃 달린 새는 난다

<월간중앙 2012년 10월호 – 이응문의 주역으로 푸는 千字文 8  >

물은 아래로 흐르면서 짜지고, 불은 탈수록 써진다. 그 맛을 오행상으로는 물은 짜고, 불은 쓴
것으로 본다. 물속에서 노니는 물고기, 하늘을 나는 새도 위아래 음양의 이치에 따른 것이다.

海鹹河淡 鱗潛羽翔

 

海鹹河淡(해함하담) : 바닷물은 짜며 하천의 물은 싱겁다.

훈음: 海(바다 해) 鹹(짤 함) 河(물 하) 淡(싱거울 담, 묽을 담)

 

▲ 문구 풀이

앞의 해함하담(海鹹河淡) 구절은 바닷물의 짠 맛과 강물의 싱거운 맛을, 뒤의 인잠우상(鱗潛羽翔) 구절은 물속에 사는 어류와 하늘을 나는 조류를 각기 상대적으로 대비한 문장이다.

『음부경(陰符經)』에 “사람은 다섯 가지 맛을 먹고 살며, 다섯 가지 맛을 먹고 죽어간다(五味而生, 五味而死)”고 하였듯이, 음식의 맛은 오행에 따른 산함신감고(酸鹹辛甘苦: 시고 짜고 맵고 달고 씀)의 오미(五味). 즉 木의 신 맛(酸), 水의 짠 맛(鹹), 金의 매운 맛(辛). 土의 단 맛(甘), 火의 쓴 맛(苦)으로 나뉜다.

물은 적시고 아래로 흘러가는 윤하(潤下)의 본성대로 바다를 향해 쉬지 않고 흘러가는데 아직 바다에 흘러가기 전인 하천의 물은 맛이 싱겁지만 흐르면 흐를수록 강과 하천의 온갖 부정한 오물을 다 받아들여 바다에 이르러서는 물이 짜게 된다는 것이다. 물은 흐르면 흐를수록 짜게 되고 불은 타면 탈수록 맛이 써지므로 그 맛에 있어서는 오행상으로 불은 쓰고(苦) 물은 짠 것(鹹)으로 본다. 바닷가에 염전을 만들어 소금을 굽는 것도 물이 마지막으로 도달한 곳이 바다이기 때문이다.

河는 많은 물이 흐르는 큰 ‘시내’나 ‘강’을 이르는데 하천(河川)이라 하면 대개 작은 개울인 내(川)와 큰물이 흐르는 강(河)을 이른다. 또한 河는 중국의 ‘황하(黃河)’를 지칭하기도 하는데 이 강물은 황토로 인해 항시 물색깔이 누렇고 흐리며 또한 물이 엄청나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히(可) 물(氵)이라고 할 만한 ‘큰 물’이라고 인정하는데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海는 강과 하천의 온갖 부정한 오물을 다 안아담아 끊임없이 정화를 한다. 또한 온갖 것을 다 받아들인 바다의 짠 소금은 우리 몸에 없어서는 안 되는 물질이다.

 

▲ 글자 풀이

해(海)는 물 수(氵)와 매양 매(每). 여러 갈래의 물줄기(氵)가 매양(每: 매양 매) 한군데로 모여들어 이루어지는 ‘바다’를 가리킨다. 여러 자식이 늘(매양) 낳아준 어머니 품을 그리워하여 돌아가려 하듯이 모두를 ‘받아주는’ 바다(氵)가 생명(人)의 모체(母)임을 암시하고 있다. 每는 위(人)가 屮(싹 날 철)이고 아래가 母(어미 모)이다. 풀싹(屮)이 포기(母)에서 계속 연달아 나오는 데에서 ‘매양’, ‘늘’ 등의 뜻이 있다.

함(鹹)은 소금 로(鹵)와 느낄 함, 다 함(咸). 소금에서 느껴지는 짠 맛을 이른다. 함(咸)은 연못( 또는 바다)이 산( ) 위에 자리하여 산택(山澤)의 기운이 통하여 하나로 느끼는 괘의 이름인데, 소금(鹹) 또한 산에서 캐는 암염(巖鹽: 돌소금)과 바닷물을 증발시킨 천일염(天日鹽)으로 나뉜다. 로(鹵)는 민생에 중요한 소금밭을 점유(占有)하여 다스린다는(乂: 다스릴 예) 뜻이다. 본래 占은 서(西)의 옛 글자이고 ※은 소금밭을 나타내 중국 서쪽지방에서 나는 돌소금을 이른다. 소금기가 있는 곳에 풀이 자라지 않으므로 거칠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하(河)는 물 수(氵)와 옳을 가(可). 웅장한 소리를 내며(可) 흐르는 큰 물(氵)을 뜻한다. 대개 작은 개울을 내(川), 큰 물을 강(河)으로 일컫는다. 옳고 그름을 가부(可否)라고 하는데, 可는 떳떳하고 씩씩한(丁: 장정 정, 나무줄기가 힘차게 뻗은 상) 즉 사리에 맞는 올곧은 말을 뜻하는 반면 아닐 부, 막힐 비(否)는 말문이 막히고 흐름이 끊기는 상태(否에서 不은 木의 윗줄기가 잘린 상태) 즉 경우에 어긋나 틀린 말을 뜻한다.

담(淡)은 물 수(氵)와 불꽃 염(炎). 불(炎)에 끓인 물(氵) 즉 증류수의 맑고 싱거운 맛을 가리킨다.

 

 鱗潛羽翔(인잠우상) : 비늘 달린 물고기는 물 속에 잠기고 깃 달린 새는 난다.

훈음 : 鱗(비늘 린) 潛(잠길 잠) 羽(깃 우) 翔(날 상)

 

▲ 문구풀이

상류일수록 싱겁고 하류일수록 짜지는 하해(河海)의 물맛을 설명한 다음 물속의 물고기(下)와 창공의 새(上)를 비교하였다.

어류는 비늘이 달려 있어 물속에 잠겨 헤엄치며 노는 반면 조류는 깃이 달려 있어 하늘로 날아오르며 비상(飛翔)한다.

『중용(中庸)』에도 「시경」의 싯귀를 인용하여 “솔개는 하늘로 훨훨 날아오르거늘 물고기는 못에서 펄펄 뛰논다하니, 위(上)와 아래(下)를 살피면 그 이치를 알 수 있음을 말한 것이다(鳶飛戾天 魚躍于淵 言其上下察也)”라 하였다. 천지음양의 두 기운이 서로 사귀고 합하여 만물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근본원소인 오행이 생성되고 이 오행인 ‘수화목금토(水火木金土)’가 끊임없이 움직여 만물에 유행하는 작용을 한다. 비늘이 달린 어류는 윤하(潤下)하는 물(水)의 속성이 있어 물속에 잠겨 헤엄치지만 깃이 달린 조류는 염상(炎上)하는 화(火)의 속성이 있어 하늘로 날아 비상(飛翔)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위(上)와 아래(下)에 있는 어류와 조류를 살펴보면 천지음양의 조화가 만물에 유행되지 않음이 없다는 것이 밝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예기>에서 말하기를 ‘비늘이 달린 동물은 360가지인데 그 가운데에 수장(首長)은 용이며, 깃이 달린 벌레는 360가지인데 그 가운데에 수장은 봉황’이라고 하였다.

이중 용과 봉황은 각기 세상의 동물을 오행으로 분류한 오충(五蟲) 중 동방 목(木)에 해당하는 인충(鱗蟲: 비늘이 있는 동물)과 남방 화(火)에 해당하는 우충(羽蟲: 깃이 달린 동물)에 속한다. 이외에도 서방 금(金)에 해당하는 것은 모충(毛蟲: 털이 있는 동물)으로 대표적으로는 기린(麒麟: 상상속의 동물)과 호랑이가 있고, 북방 수(水)에 해당하는 것은 개충(介蟲: 껍질이 있는 동물)으로 그 대표가 되는 동물은 거북이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 그려진 사신도(四神圖)도 이와 같은 동물의 오행 분류에 따라 동쪽에 청룡(靑龍), 서쪽에 백호(白虎), 남쪽에 주작(朱雀) 그리고 북쪽에는 현무(玄武)가 배치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오행의 중앙인 토(土)에 해당하는 동물은 나충(裸蟲: 털이 없는 동물)으로 그 대표되는 동물은 인간으로 특히 성인(聖人)을 가리킨다.

 

▲ 글자 풀이

인(鱗)은 물고기 어(魚)와 도깨비불 린(粦). 물고기의 비늘이 반짝반짝 빛남을 나타낸다. 粦은 현재 쓰이지 않는데, 위의 쌀 미(米)는 빛이 퍼져 방사(放射)하는 모습이고 아래의 어긋날 천(舛)은 발이 엇갈리는 모습이므로 여기저기서 빛이 번뜩이는 뜻이 나온다.

잠(潛)은 물 수(氵)와 입김낼 참, 일찍이 참(朁). 본래는 자맥질하여 물(氵) 속에 들어간 사람의 입으로부터 뽀글뽀글 올라오는 기포(氣泡)를 나타내며, 뱃속에서의 태식(胎息: 태아의 호흡)과 통한다. ‘잠기다’ ‘잠들다’는 우리말처럼 생명활동은 태동(胎動)을 위한 휴식(休息)인 잠에서 비롯되기에, 주역 384효의 첫 번째 효인 건괘초구(乾卦初九)에도 ‘잠룡물용(潛龍勿用: 잠긴 용이니 쓰지 말라)’이라고 하였다.

우(羽)는 양 날개를 접은 형태로 새의 날개(깃)를 이른다. 새가 거듭 날개를 움직여 날 듯이 물은 연이어 흐르며 ‘우’하는 물소리가 나기에, 궁상각치우(宮商角徵羽)의 오음(五音) 중 水에 속하는 우(羽)음을 일컫기도 한다.

상(翔)은 양 양(羊)과 우(羽). 양떼 같이 무리지어 힘차게 날아오르는 흰 새떼를 가리킨다. 양(羊)의 속성은 앞장서기를 좋아하고 돌진하여 울타리를 잘 들이받는다. 미국을 일본에서는 미국(米國)으로 쓰는데 우리 조상들은 미국(美國)으로 표기하였다. 양떼처럼 수많은 인종이 모인데다 매사에 앞장서는 국민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 잠(潛)의 철학

잠길 잠(潛)은 음(音)과 훈(訓)에서 우리말의 ‘잠기다’, ‘잠들다’라는 말과 통한다. 초목이 땅 속에 뿌리를 깊이 내려 그 뿌리를 드러내지 않는 까닭은 뿌리를 드러내면 싹과 줄기를 낼 수 없고 말라죽기 때문인데, 이것은 모든 생명활동이 ‘잠(潛)’을 토대로 이루어지는 것을 보여준다.

주역의 384효 가운데 첫 효인 건괘초구(乾卦初九)에 ‘잠긴 용이니 쓰지 말라(潛龍勿用)’라는 구절이 있다. 용이 하늘로 날아오르기 위해서는 먼저 물속에 깊이 잠겨 때를 기다려야 함을 말한다. 사람으로 말하면 군자가 세상에 나와 뜻을 펴기 위해서 먼저 잠거포도(潛居抱道)하면서 학문을 닦고 덕을 기르는 수행시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잠길 잠(潛)은 음과 글자 형태 그리고 철학적 의미 모두 누에 잠(蠶)과 통한다. 애벌레 상태의 누에는 뽕잎을 갉아먹으며 연거푸 잠을 자다가 다 자란 뒤에는 실을 토해내어 고치를 짓는다. 그 고치 속에서 번데기 상태로 있다가 나중에는 고치에 있는 작은 구멍으로 나오게 되는데, 이 때 온갖 몸부림을 치며 날개가 찢기는 고통을 감내하고서야 하나의 누에나비가 되어 하늘을 날아오르는 것이다. 이것은 물속에 잠겨 있던 용이 때가 되어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과 같다(飛龍在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