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를 밀쳐 나라를 사양해 요(堯)임금, 순(舜)임금이 되다

월간중앙 2013년 01월호 – 이응문의 주역으로 푸는 天字文 11

이응문 (사)동방문화진흥회 회장
상고 시대 중국 요(堯)임금, 순(舜)임금은 제위를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았다. 덕이 있는 이를 천하에서 찾아 자리를 잇게 했다

 

推位讓國 有虞陶唐

 

推位讓國(추위양국) : 자리를 밀쳐(미루어) 나라를 사양하였다.

훈음 : 推(밀 추) 位(자리 위) 讓(사양할 양) 國(나라 국)

 

▲ 문구 풀이

상고시대의 요(堯)임금과 순(舜)임금은 자식에게 제위를 넘기지 않고 덕이 있는 이에게 물려줌으로써 후세에 모범이 되는 아름다운 일화를 남겼다.

추위(推位)는 자신이 앉아 있는 자리나 직위를 남에게 밀쳐주는 것이고 양국(讓國)은 나라를 양보함을 가리키는 것이다. 즉 천자의 자리를 밀쳐서 나라를 사양한다는 선양(禪讓) 또는 선위(禪位)를 이른다.

서경(書經) 「우서(虞書) 요전(堯典)」을 보면 요임금이 만조백관을 모아놓고 “내 나이 70이니 이제 정신이 혼미해서 정치를 못하겠구나. 이 제위를 넘기려 하니 훌륭한 사람이 있거든 누구든지 천거해보라” 하자 방제(放齊)라는 신하가 요임금의 맏아들 단주(丹朱)를 천거하였다. 그러자 “내 아들은 모질고 사나워서 안 된다. 그러니 어질고 덕망 있는 사람을 널리 구해보라”하고 다른 이를 천거하도록 하였다. 많은 신하들이 이구동성으로 순(舜)을 천거하자 요임금은 명을 내리고 수소문 끝에 여산(歷山)에서 논을 갈고 밭을 가는 순을 찾아낸다. 그러나 천하백성을 다스리는 일이 참으로 중대하므로 요임금은 곧바로 자리를 물려주지 않았다. 먼저 자신의 두 딸인 아황(娥皇)과 여영(女英)을 순에게 시집을 보내 두루 관찰하게 하고 시험을 해본 다음 제위(帝位)를 선양하게 된다. 이때 요임금이 제위를 선양하며 순에게 전한 가르침이 바로 ‘미덥게 그 중(中)을 잡으라’는 ‘윤집궐중(允執厥中)’이었다.

이와 같이 옛날에는 임금 자리를 후손에게 전하지 않고 어진사람을 찾아 전했으니 오늘날 요순의 시대를 태평시대라고 부르는 것이다.

 

▲ 글자 풀이

추(推)는 손 수(手→扌)와 새 추(隹). 수중(手中)의 새를 손으로 밀어 올려 날려 보냄과 같이 도와주고 이끌어줌을 나타낸다. 손 수(手)를 부수로 할때는 扌로 쓰는데, 그 글자형태가 바탕 재(才)와 비슷하므로 ‘재방 변’으로 일컫는다.

위(位)는 사람 인(人→亻)과 설 립(立). 사람이 서있는 곳 또는 물건이 놓여있는 자리를 가리키며, 임금과 문무백관이 모여 조회(朝會)할 적에 그 품계(品階)에 따라 서는 위치가 정해지므로 벼슬을 뜻하기도 한다.

양(讓)은 말씀 언(言)과 도울 양(襄). 말로써 남의 도움을 사양한다는 뜻도 되고 그 반대로 남을 도와주는 말 즉 겸손하게 자신의 덕이나 능력이 모자란다고 하면서 남을 칭찬하고 천거하는 말을 가리킨다.

국(國)은 큰 입 구(囗)와 혹 혹(或). 백성들이 사는 근거지인 나라를 뜻한다. 구(囗)는 사방으로 펼쳐진 땅의 경계를 나타내고 혹(或)은 사람(口)들이 합심하여(一) 창(戈)을 들고 국토를 수호하는 것으로 혹 있을지 모를 외적의 침입에 대비함을 가리킨다. 백성의 뜻에 위배되면 나라의 주인이 혹 바뀔 수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한다. 혹(或)의 고자(古字)는 본래 (戈 + 一 + 日)이다. 달력상으로 혹 하루의 변동이 생길 때가 오므로 때를 잘 살펴서 어긋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뜻도 된다〈과(戈)는 찌르는 창이다. 때를 놓치지 않고 적시에 잘 찔러 넣어줌을 의미〉

* 대개 달력상으로는 32개월의 삭망주기 마다 하루가 늘어나고(달의 삭망주기는 29.53일로 두 달인 朋은 59일이다. 나머지 우수리가 쌓여 16朋 즉 32삭망월 944일에서 하루의 삭망윤일이 늘어나 총 945일이 됨), 양력으로는 평년 365일이 4년을 주기로 윤년 366일이 되어 윤일 하루가 늘어나게 되는데 <或>의 뜻에 부합한다.

有虞陶唐(유우도당) : 유우씨(有虞氏, 순임금)와 도당씨(陶唐氏, 요임금)라.

훈음 : 有(있을 유) 虞(나라 우, 몰잇군 우, 근심 우) 陶(질그릇 도) 唐(나라 당, 큰소리칠 당)

 

▲ 문구 풀이

앞의 추위양국(推位讓國)에 뒤이어 요(堯)와 순(舜)이 제위를 선양(禪讓)한 대표적인 사례임을 설명한 문구인데, 운(韻)을 맞추고자 시대순서를 바꾸어 말하였다. 도당(陶唐)은 나라이름으로 요임금이 처음 도(陶)라는 곳에서 나라를 세웠다가 당(唐)이라는 곳으로 옮긴 데에서 유래한다. 유(有)는 의미 없는 조사이고 우(虞)는 순임금의 나라 이름이다. 그러므로 요임금을 도당씨(또는 唐堯), 순임금을 유우씨(또는 虞舜)로도 일컫는다. 후대의 당(唐)나라 또한 태평성대를 누린 당요를 숭상한다는 뜻에서 국호를 정했다고 한다.

도당씨 요(堯) 임금은 유우씨 순(舜) 임금에게 나라를 사양했고 순임금은 또 우(禹) 임금에게 나라를 사양하였으나, 우임금 이후로는 그 후손이 천자의 자리를 이었으므로 이때부터 왕조시대(하왕조, 夏王朝)가 시작되었다. 요임금이 순임금에게 나라를 사양했는데도 순임금을 먼저 쓴 까닭은 ‘이응(0)’의 운자를 맞추기 위해서이다.

 

▲ 글자 풀이

유(有)는 사귈 예(乂, 벨 예, 다스릴 예)와 달 월(月). 본래 일월의 교역(交易)에 의한 달의 원결(圓缺: 둥글어지고 이지러짐)을 나타낸다. 달의 소식영허(消息盈虛: 줄고 불며 차고 비임)는 햇빛의 반영(反映)일 뿐이므로 사물의 존재가 본시 무상하다는 뜻이 담겨있다. ‘둘 유’로도 쓰이는데, 일월운행으로 벌어진 역수의 중간 틈새를 메꾸어 보간(補間)하고자 윤달을 두는 것으로도 풀이함직하다.

우(虞)는 범 호(虎→虍)와 떠들썩할 오(吳). 오(吳)는 입(口)을 크게 벌려(大) 외치는 것으로 범(虍)을 잡기 위해서 외치는 몰이꾼, 호환에 대한 근심을 뜻하기도 한다. 옛날 순임금이 다스리던 나라의 명칭이기도 하다. 때문에 순임금을 우순(虞舜)이라고 부른다.

도(陶)는 언덕 부(阝→阜의 줄임)와 질그릇 도(匋). 가마터에서 굽는 옹기(질그릇)를 뜻한다. 즉 언덕(阝)을 파서 가마터(쌀 포 → 勹는 包의 줄임)를 만들고 옹기(장군 부, 질그릇 부 : 缶)를 집어넣어 구움을 나타낸 것인데, 요임금의 신하인 고요(臯陶)에서 보듯이 인명으로는 ‘요’로도 발음한다.

당(唐)은 고칠 경(庚)과 입 구(口). 세상을 고치겠다고 목소리를 높여 크게 외침 또는 현실적으로 이루기 힘든 말을 함부로 내세우는 황당함을 이른다. 떳떳한 말은 남에게 큰소리칠만 하므로 떳떳 용(庸)과 입 구(口)를 합친 형태로 보기도 한다. 옛날 요임금이 다스리던 나라의 명칭도 되기 때문에 요임금을 당요(唐堯)라고 부른다.

 

▲ ‘有’ 속에 담긴 하늘의 이치

하늘과 땅 사이에는 만물을 대표하는 인간(人間)이 존재하고 상하좌우의 사이에는 자연 중간(中間)이 있기 마련이다. 모든 사물의 실재(有)는 시간(時間)과 공간(空間)의 틈 속에 존재하므로 ‘사이 간(間)’과 있을 ‘유(有)’의 의미가 통한다.

역법에 있어서도 일월운행에 따른 벌어진 사이를 보간(補間)하기 위해서 윤달을 두는 방편을 쓰는데 有에는 이러한 보간 즉 ‘윤달을 두다’는 ‘치윤(置閏)’에 대한 의미가 있다.

『주역』계사전에서는 5년을 주기로 2달의 윤달을 두는 ‘오세재윤법(五歲再閏法)’을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60일을 역수(曆數)의 문(門)으로 세워놓고 달의 운행은 59일이 되고 해의 운행은 61일이 된다고 보는 것이다.

역수의 과불급(過不及)이 없는 중(中)에 해당하는 60일을 문(門)으로 세워놓고 볼 때, 양(━)의 정화인 해(日)의 운행은 61일로서 하루의 과도한 틈이 생기고 음(–)의 정화인 달(月)의 운행은 59일로서 하루가 부족한 틈이 생긴다고 보는 것이다. 태어나서 만 60세를 맞이하는 해를 환갑(還甲)이라고 하듯이 60일을 甲이라고 하는데, 甲의 가운데를 갈라 양쪽으로 벌린 것이 門이므로 門은 곧 상수(常數) 60에 대한 의미가 있다. 그 門을 중심으로 해와 달이 출입하면서 각기 하루씩 줄고 늘어나는 운행을 하므로 상수 60에서 역수의 간격이 앞뒤 1일씩을 더하면 2일이 벌어진다. 여기에서 ‘사이 간(間)’, ‘윤달 윤(閏)’, ‘틈 한․사이 간(閒)’등의 글자가 연유한다.

이를 5세재윤법으로 보면 1년을 360일로 잡았을 때 달의 운행은 6일이 부족하고(朔虛) 해의 운행은 6일이 늘어나서(氣盈) 한 해에는 12일의 기삭(氣朔)이 발생하므로 이를 30회 거듭한 5년 동안에는 기영 30일과 삭허 30일을 합한 60일의 기삭이 있게 된다. 5년 동안 발생한 그 간격을 2달(60일)의 윤달로써 보충함을 ‘5세재윤법’이라고 한다.

– 역(易)은 음양상대성의 원리가 있으므로 有와 無 또한 상대적으로 풀이해보는 것이 마땅하다. 有와 無를 비교해보면 달력상으로 윤달을 두어 일월운행의 벌어진 틈새를 보간(補間)하는 뜻이 有에 들어있는 반면 그 틈새가 없는 것이 바로 無이다. 無에 대한 설명은 無字에 가서 자세히 하도록 한다.

앞의 龍師火帝 鳥官人皇으로부터 여기 堯舜에 이르기까지를 삼황오제(三皇五帝)로 부른다. 三皇은 복희(伏羲) 신농(神農) 황제(黃帝), 五帝는 소호(少昊) 전욱(顓頊) 제곡(帝嚳) 당요(唐堯) 우순(虞舜)인데, 그 계보 흐름을 <목화토금수>의 오행상생 이치로 설명한다. 즉 복희씨는 동방 목덕, 신농씨는 남방 화덕, 황제는 중앙 토덕, 소호는 서방 금덕, 전욱은 북방 수덕, 제곡은 동방 목덕, 요임금은 남방 화덕, 순임금은 중앙 토덕을 얻어 하늘의 명을 받아 임금이 되었다는 것이다.

하은주 삼대(三代)의 경우도 순임금에 뒤이어 우임금을 시조로 하는 하나라는 서방 금덕, 탕임금을 시조로 하는 은나라는 북방 수덕, 문왕무왕을 시조로 하는 주나라는 동방 목덕을 얻은 것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