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문자를 만들고, 이에 위아래 옷을 입다

<월간중앙 12월호 – 이응문의 주역으로 푸는 천자문 10>

인류 문명은 문자를 사용하고, 의복을 입으면서부터 선사시대에서 역사시대로 대전환을 이루게 된다.
그 경위가 천자문에도 나온다.

始制文字 乃服衣裳

始制文字(시제문자) : 비로소 문자를 만들다

훈음 : 始(비로소 시) 制(지을 제) 文(글월 문) 字(글자 자, 시집갈 자)

 

▲ 문구풀이

이 구절 앞의 용사화제(龍師火帝)와 조관인황(鳥官人皇) 당시만 하더라도 문자가 없었던 선사시대(先史時代)였으며, 풀을 엮거나 짐승의 가죽을 벗겨서 사람의 치부를 가리고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할 뿐이었다. 고대인류의 문명은 문자를 사용하고 의복을 입으면서부터 급격히 발전을 거듭하게 되었으므로 여기서는 이러한 문자의 창제와 의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자를 쓰고 옷을 입으면서부터 인류는 원시자연의 선사시대에서 문명한 역사시대를 맞이한다. 대개 황제(黃帝)의 신하 창힐(倉頡)이 새발자국을 보고 최초의 글자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그 기원(紀元)은 일명 결승문자(結繩文字)로 일컫는 복희씨의 팔괘이다. 후한(後漢)의 허신(許愼)은 『설문해자(說文解字)』를 지어 문자의 구조체계를 상형(象形), 지사(指事), 회의(會意), 형성(形聲), 전주(轉注), 가차(假借)의 육서(六書)로 분류하여 해설하였는데, 구체적인 물건의 모양을 본뜬 상형과 추상적인 사물의 개념을 기호화한 지사는 기본문자로서 부모에 해당하는 文이고 이 文을 조합하여 만든 회의와 형성은 응용문자로서 자녀에 해당하는 字로 보았다.

허신(許愼)의 저작 『설문해자(說文解字)』에 풀이된 육서를 도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육서(六書)

자례(字例)

상형

(象形)

물체의 모양을 본떠서 만든 한자

日(날 일) 月(달 월)山(뫼 산) 川(내 천)

지사

(指事)

추상적인 개념을 기호화한 한자

一(한 일) 二(두 이)上(윗 상) 下(아래 하)

회의

(會意)

독립 한자를 합쳐 다른 뜻을 나타낸 한자

明(밝을 명) 林(수풀림)炎(불꽃 염)

형성

(形聲)

한쪽은 뜻(形)을, 다른 한쪽은 음(聲)을 나타낸 한자

梅(매실 매) 誠(정성 성)淸(맑을 청)

전주

(轉注)

문자활용

글자의 본래 뜻을 비슷한 뜻으로 전용(轉用)한 한자

惡(악할 악→미워할 오)
가차

(假借)

음이 같거나 비슷한 뜻을 빌어다 같은 뜻으로 쓰는 경우

女(계집 녀)→汝(너 여)

외래어 표기에 많이 사용

 

▲ 글자풀이

시(始)는 계집 녀(女)와 기쁠 이(台). 어머니 품에 어린 생명이 처음 잉태(孕胎)됨을 나타낸다. 이(台)는 본래 자궁을 뜻하는 마늘 모(厶)와 생명의 출구인 입 구(口)를 합한 글자이다. 관련 글자로 아이밸 태(胎), 다스릴 치(治), 게으를 태(怠), 위태로울 태(殆) 등이 있다.

제(制)는 재목(未 또는 朱)으로 만들어 쓰기 위해서 제멋대로 자란 나뭇가지 등을 칼(刂)로 베어 마름질한다는 뜻이다. 제(制)의 왼편을 소 우(牛)와 멀 경(冂)을 합친 형태로 보면 소에게 고삐와 멍에를 만들어 씌워 길들이는 뜻도 된다.

문(文)은 머리 두(亠)와 사귈 예(乂). 성숙한 음양이 서로 사귀어 밝은 문채(文彩: 무늬)를 낳는다는 뜻이다.

자(字)는 집 면(宀)과 아들 자(子). 여자가 시집가서 자식을 낳음을 뜻한다. 예전에는 남자의 경우 성년이 되는 20세에 관례(冠禮)를 치르고 여자의 경우 15세에 비녀를 꽂는 계례(笄禮)를 행하였다. 이 때 지어준 것이 자(字)인데, 계례를 치를 때 꽂는 비녀는 남자를 맞이할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다. 녀(女)자 위에 놓인 일(一)자 또한 양(陽)의 부호로서 비녀의 형상이다.

 

乃服衣裳(내복의상) : 이에 윗도리와 아랫도리의 옷(衣裳)을 입게 하였다.

훈음 : 乃(이에 내) 服(입을 복, 따를 복), 衣(옷 의), 裳(치마 상)

 

▲ 문구풀이

나뭇잎을 엮거나 짐승의 가죽을 벗겨 신체를 보호하였던 원시인류가 최초로 옷을 만들어 입게 된 것은 황제요순(黃帝堯舜) 때부터라고 한다. 의(衣)는 상체에 걸치는 윗도리이고 상(裳)은 하체를 가리는 아랫도리이다. 상천(上天)은 한 획의 양(−) 하지(下地)는 두 획인 음(–)

에 해당하고 하늘과 땅은 천지현황(天地玄黃)의 빛깔로 대표하므로, 최초 의상은 현의황상(玄衣黃裳) 즉 윗도리는 둥글게 한 통으로 하여 검은 물을 들이고 아랫도리는 두 쪽으로 갈라 누런 물을 들였다고 한다.

『주역』 「계사전(繫辭傳)」에서는 ‘황제와 요순이 의상을 걸치고 천하를 다스렸으니, 대개 하늘인 건괘와 땅인 곤괘에서 취하였다(黃帝堯舜 垂衣裳而天下治 蓋取諸乾坤)’고 하여, 사람의 의상이 천자의 꾸밈(문채, 文彩)에서 비롯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시제문자(始制文字)는 안짝이므로 운을 달지 않고 내복의상(乃服衣裳)은 바깥짝이므로 상(裳)의 ‘이응’받침으로 운이 되어 있다. 始에서 胎(아이 밸 태), 乃에서 孕(아이 밸 잉)이란 글자가 연계되듯이 始와 乃엔 기본적으로 아이를 배는 뜻이 담겨있다.

 

▲ 글자풀이

내(乃)는 숨을 고른 뒤에 다시 이어 말함을 뜻하며, 윗말을 이어받는 어조사로 쓰인다. 부수인 삐칠 별(丿)은 입김이 밖으로 나오는 것을 나타낸다. 관련글자로 찰 영(盈), 아이밸 잉(孕), 늘어질 타(朶) 등이 있다.

복(服)은 육달 월(肉→月)과 다스릴 복( ). 복( )은 손(又)을 절도 있게(卩 병부 절 ← 節 마디 절) 움직여 일을 다스린다는 뜻이므로 몸(月=肉)을 다스리고 보호하기 위해서 ① 옷을 입음 ② 음식이나 약을 먹음 ③ 신체에 옷을 걸치듯 위의 지시를 따름을 뜻한다.

부수인 月을 배 주(舟)자로 보면 배를 잘 다스리는 선장 지시를 따라야 한다는 뜻이 되고, 한 달의 역수주기로 보면 농사를 짓는데 있어서 월령(月令)을 잘 따르라는 뜻도 된다.

의(衣)는 갓(亠)과 저고리 형태. 몸을 감싸주는 윗도리를 뜻한다. 의(衣)자를 부수로 쓸 때는 衤로 쓰는데, 외관상 윗도리가 먼저 보이므로 글자형태가 보일 시(礻, 示)와 비슷하다.

상(裳)은 숭상할 상(尙)과 옷 의(衣). 고상한 품위를 지키려면 몸 아래의 치부를 가려야 한다는 뜻에서 아랫도리를 뜻한다. 아랫도리는 평상시(平常時)에도 늘 걸쳐야 하므로 상의(常衣)를 축약한 의미로 볼 수 있다.

 

▲ 한글에 담긴 음양오행철학

한글의 자음체계

소리글자인 한글은 초성(初聲) 중성(中聲) 종성(終聲) 또는 초성과 중성으로 이루어진다. ‘강’을 예로 들면 글자 머리에 나오는 자음(子音)인 ㄱ은 초성이고 중간에 있는 모음인 ㅏ는 중성이며 그리고 받침인 ㅇ은 종성이 된다. ‘너’와 같은 글자는 초성인 ㄴ과 중성인 ㅓ만으로 이루어진 경우이다.

현재 쓰이는 초성이나 종성에 오는 자음은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 ㅈ ㅊ ㅋ ㅌ ㅍ ㅎ 인데, 이를 오행에 배속하면 ㄱ(ㅋ은 변형)은 어금니에서 나는 소리인 아음(牙音)으로서 동방의 목(木), ㄴ(ㄷㄹㅌ은 변형)은 혀에서 나는 소리인 설음(舌音)으로서 남방의 화(火), ㅁ(ㅂㅍ은 변형)은 입술에서 나는 소리인 순음(脣音)으로서 중앙의 토(土), ㅅ(ㅈㅊ은 변형)은 이에서 나는 소리인 치음(齒音)으로서 서방의 금(金), ㅇ(ㅎ은 변형)은 목구멍에서 나는 소리인 후음(喉音)으로서 북방의 수(水)에 속한다.

 천자문04

<한글 자음의 오행배속>

글자형태로써 설명하면 동방의 木에 해당하며 아음(牙音)인 ㄱ(ㅋ은 변형)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닫는 모양, 남방의 火에 해당하며 설음(舌音)인 ㄴ(ㄷㄹㅌ은 변형)은 혀가 위턱에 붙은 모양, 중앙의 土에 해당하며 순음(脣音)인 ㅁ(ㅂ은 변형)은 입술의 모양. 서방의 金에 해당하며 치음(齒音)인 ㅅ(ㅈㅊ은 변형)은 이의 모양, 북방의 水에 해당하며 후음(喉音)인 ㅇ(ㅎ은 변형)은 목구멍의 모양을 각기 본뜬 것이다.

기본자음의 순서는 오행의 상생원리에 따라서 ‘가나마사아’ 즉 ㄱ ㄴ ㅁ ㅅ ㅇ 으로 전개된다고 할 수 있다. 다섯 가지 ‘아설순치후(牙舌脣齒喉)’의 음을 오음(五音)이라고도 하는데, ‘ㄱ(ㅋ)․ㄴ(ㄷㄹㅌ)․ㅁ(ㅂㅍ)․ㅅ(ㅈㅊ)․ㅇ(ㅎ)’의 순서가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 오행이 상생하는 관계 즉 木生火→火生土→土生金→金生水→ 水生木으로 전개되는 것과 같다.

 

◎ 한글의 모음체계

한글의 기본모음은 ㅏ ㅑ ㅓ ㅕ ㅗ ㅛ ㅜ ㅠ ㅡ ㅣ ․ 인데, 기본 형태는 천․지․인 삼재(三才)를 상징하는 ㅡ ㅣ ․ 세 가지라고 할 수 있다. ㅡ 는 하늘의 양(陽)을 상징하고, ㅣ 는 땅의 음(陰)을 상징하며, ․ 은 ㅡ 와 ㅣ 가 사귀어 생기는 중간교차점, 하늘과 땅 사이의 만물 즉 사람(人 : 仁, 씨 인)을 상징한다. 자전(字典)을 보아도 부수의 차례가 삼재의 원리를 쫓아서, 一(한 일), 丨 (뚫을 곤), 丶(점 주)의 차례로 전개되고 있다. 「훈민정음해례」에서는 ․ 이 둥근 하늘의 형상, ㅡ는 수평으로

 천자문05

<한글 모음의 오행배속>

펼쳐진 땅의 형상, ㅣ 는 땅에 서있는 사람의 형상으로 보았다.

모음을 오행에 배속하여 보면 ㅗㅛ는 밑에 처하여 위로 나아가는 모양이므로 북방의 水, ㅜㅠ는 위에 처하여 아래로 내려오는 모양이므로 남방의 火, ㅏㅑ는 안쪽인 동(東)에서 바깥쪽인 서(西)로 기운이 가는 모양이므로 木, ㅓㅕ는 바깥쪽인 서(西)에서 안쪽인 동(東)으로 기운이 돌아오는 金에 배속된다고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