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같은 스승, 불같은 임금 새의 벼슬이요, 사람의 임금이라

<월간중앙 2012년 11월호- 이응문의 주역으로 푸는 천자문 9>

용사(龍師)는 복희씨(伏羲氏)를, 화제(火帝)는 신농씨(神農氏)를 가리킨다.
복희씨와 신농씨 모두 태고적 중국 오제(五帝)의 일원이다.
황(皇)은 형이상적 존재로 형이하적인 제(帝)보다 윗개념이고, 그 밑에 왕(王)과 군(君)이 놓인다.

龍師火帝 鳥官人皇

 

龍師火帝(용사화제) : 용처럼 훌륭한 스승이요, 불처럼 밝은 임금이라

훈음 : 龍(용 용) 師(스승 사) 火(불 화) 帝(임금 제)

 

▲ 문구 풀이

여기부터는 인류사회에 대한 내용이다. 황하(黃河)에 나타난 신비한 용마(龍馬)에서 계시를 받은 복희씨(伏羲氏)가 최초 문자인 팔괘부호(결승문자)를 만들어 원시문명이 비롯되었기에, 천룡(天龍)의 덕을 갖춘 인류의 스승 즉 용사(龍師)로 일컫는다. 화제(火帝)는 처음 불을 사용케 하여 화식(火食)을 가르친 신농씨(神農氏)를 이른다.

복희씨는 동방목덕(東方木德)으로 임금이 되었다고 하는데, 줄기(−)와 가지(–)를 표상한 팔괘부호와 비늘달린 부류의 영장(靈長)인 龍은 모두 일출동방(日出東方)의 木에 관계된다. 복희씨 다음의 신농씨를 화제(火帝) 또는 염제(炎帝)로 일컫는 것도 남방화덕(南方火德)으로 임금이 되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火의 성질을 염상(炎上)이라고 한다.

 

▲ 글자 풀이

용(龍)은 설 립(立) 달 월(月) 점 복(卜) 몸 기(己) 석 삼(三). 대개 몸(月→肉)을 치켜세우고(立) 뿔(卜)과 비늘(三)이 달린 몸체(己)를 꿈틀대며 하늘로 오르는 용의 모습을 본뜬 것으로 본다. 후천팔괘(오행팔괘)의 정동방괘 3진(三震: )은 삼복(三卜)이 내포된 용(龍)에 상응하고 정서방괘 7태(七兌: )는 칠복(七卜)이 내포된 호(虎)에 상응하므로 용호(龍虎) 속의 복(卜)은 괘(卦: 圭+卜)를 가리킨다고 하겠다.

사(師)는 장수 수, 거느릴 솔(帥)과 한 일(一). 하나의 장수가 군사를 거느린다는 뜻에서 무리 또는 군사를 이끄는 스승을 뜻한다. 사(師)는 땅(地: ) 아래에 물(水: )이 있는 괘명(卦名)인데, 언덕 부(阜) 아래의 십(十)을 빼고 두를 잡(帀)을 더한 형태로 보면 언덕(땅)을 둘러싸는 물과 같이 무리지어 모여듦을 나타낸다.

화(火)는 불을 상징하는 리괘(離卦: )에서 나온 것으로 불꽃이 타오르는 모습을 보여준다. 팔(八)은 중간 음(–)을, 인(人)은 상하의 양(-)을 의미한다.

제(帝)는 큰 면류관(六→大)을 쓴 임금이 허리띠(冖)를 두르고 곤룡포(巾)를 걸친 형태인데, 아래 형태가 날 출(出)을 거꾸로 한 형태이므로 임금이 천하에 명을 내림(出命)을 나타낸다.

 

鳥官人皇(조관인황) : 새의 벼슬이요, 사람의 임금이라.

훈음 : 鳥(새 조) 官(벼슬 관) 人(사람 인) 皇(임금 황)

 

▲ 문구 풀이

아득한 태초 하늘이 열리고(천개 天開) 땅이 열리고(지벽 地闢) 만물이 생겨난(인생人生) 세 과정에 따라 천황과 지황과 인황이 다스린 삼황(三皇)의 시대와, 뒤이어 복희씨(伏羲氏), 신농씨(神農氏), 황제(黃帝), 요(堯), 순(舜)이 다스린 오제(五帝)의 시대가 있었다고 한다. 대개 황(皇)은 형이상적인 존재로 형이하적인 제(帝)보다 귀한 뜻이고 그 밑에 왕(王)과 군(君)이 차례를 잇는다.

조관(鳥官)은 소호씨(少昊氏) 때에 상서로운 봉황(鳳凰)새가 나와 관직의 이름을 새의 명칭으로 정한 데에 기인하고 인황(人皇)은 삼황시대의 인황(人皇)으로 보기도 하지만 문자를 창제하고 간지법을 제정하는 등 인류문명을 크게 진흥시킨 황제(黃帝)를 지칭한다.

 

▲ 글자 풀이

조(鳥)는 새의 벼슬과 눈(白) 그리고 날갯죽지. 꽁지가 짧은 새인 추(隹)와 달리 꽁지가 긴 새를 뜻한다. 날짐승으로서 잘 우는 새는 불의 속성과 잘 통하므로 화(火=灬)를 받침으로 넣었다.

관(官)은 집 면(宀) 아래에 흙이 층층이 쌓임을 뜻하는 을 더하여, 많은 계층의 무리가 일하는 관청 또는 벼슬아치를 뜻한다. 섬돌처럼 벼슬아치의 품계(品階)에 따라 책무가 정해지므로 ‘맡다(管掌)’는 뜻으로도 쓰인다. 벼슬아치 관(官)과 갓 관(冠)은 발음이 같은데, 관을 쓴 벼슬아치의 모습도 닭볏과 유사하다.

인(人)은 두 발로 걷는 사람을 나타낸다. 만물의 생성은 태극(太極)의 음양이치에서 비롯되고 사람은 만물을 대표한다. 인(人)을 좌양우음(左陽右陰)의 태극문양에 견주면 왼쪽 삐칠 별(丿)은 동적(動的)인 남자에, 오른 쪽 파일 불(乀)은 정적(靜的)인 여자에 해당한다. 남녀가 한 짝을 이루어 사랑으로 이끌고 두텁게 받쳐주는 人의 자형(字形)에서 사람이 仁(씨앗 인, 어질 인)을 본성으로 함을 알 수 있다. 남선여후(男先女後)의 법도에 따라 획순 또한 丿 다음 乀을 쓴다.

황(皇)은 백(白)과 왕(王). 흰 빛을 뿜는 해처럼 모든 왕의 근원중심이 된다는 뜻이다. 백(白)을 스스로 자(自)를 줄인 형태로 보기도 하는데, 호흡하는 코를 본뜬 자(自)에 ‘비롯하다’는 뜻이 있으므로 왕의 조종(祖宗)이 되는 이를 가리킨다

※ 용(龍)과 호(虎)

용은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없는 형이상적이고 상상적인 동물로 신비막측한 조화를 부린다. 때문에 하늘을 대표하는 건괘(乾卦)의 양(陽)들을 잠룡(潛龍), 현룡(見龍), 비룡(飛龍), 항룡(亢龍) 등의 용에 견주어 설명하고 있다. 사계절의 덕으로 본다면 용은 봄의 덕(元)으로서 머리에 해당하고 방위상으로는 해가 떠오르는 동방에 속하며, 후천팔괘방위로는 진괘(震卦, )가 된다. 네 마리 신령한 동물인 용, 봉황, 호랑이, 거북이를 사방에 배치해놓은 사신도(四神圖)를 보면 동방은 비늘 달린 인충(鱗蟲)의 으뜸인 청룡(靑龍), 남방은 깃 달린 우충(羽蟲)의 으뜸인 주작(朱雀), 서방은 털 달린 모충(毛蟲)의 으뜸인 백호(白虎), 북방은 껍질 붙은 개충(介蟲)의 으뜸인 현무(玄武)로 되어있다.

용은 본래 우레(震)를 나타내며 우레는 땅의 음기가 하늘의 양기와 사귀어 땅 아래에서 하늘 위로 공기가 회전해 올라가므로 못 속에 잠긴 용(潛龍)이 마침내 하늘로 날아오르는(飛龍) 이치와 같다. 방위로 진(震)은 정동방(正東方)에 해당되는데, 구궁수로 볼 때에 삼(三)의 위(位)에 해당하므로 후천팔괘로는 삼진(三震)이라고 일컫는다.

龍⇒ 卜+三, 虎⇒ 卜+七

천자문03

 

용(龍)자 안의 점 복(卜)은 괘(卦⇒ 圭+卜)를 축약한 것이며 삼(三)은 정동방을 뜻하므로 삼진(三震)을 뜻한다. 이것은 동방의 청룡과 대비되는 서방의 백호에서도 입증된다. 호(虎)의 경우 용과 마찬가지로 괘를 뜻하는 복(卜)과 정서방(正西方)을 뜻하는 일곱 칠(七)이 들어있다. 칠(七)은 구궁수로 볼 때 정서방에 위치하고 ‘서방 태(兌, )’는 바로 범에 해당한다.

삼혼칠백(三魂七魄)이란 말이 있는데, 아래로 배꼽과 대변․소변의 세 구멍(三口)으로 혼(魂)이 드나들고 위로 눈․귀․코․입의 일곱 구멍(七孔)으로 백(魄)이 출입한다고 한다. 달도 그믐에서 3일이 지나면 처음 모습을 나타내고 초승달이 생긴 후 5일이 지나면 반달, 다시 7일이 지나면 보름달이 되는데, 보름달은 다시 3일→5일→ 7일 순으로 줄어들어 그믐이 된다. 즉 三(좌) 五(중) 七(우)의 진행과정을 밟는 것이다.

역수(曆數)의 측면에선 용(龍)을 대략 8년(총 99삭망월) 주기로 생성되는 3달의 윤달(8세 3윤법)에다 연관 지을 수 있다. 하도의 10土에 해당하는 己(몸 기)는 홀로 백가지 수의 마침이 되는데(十十之百 즉 ‘己獨百之數之終: 己는 百가지 수의 마침’), 百이라는 글자가 일백(一白) 즉 ‘하나(一)를 비운다(白)’는 ‘공백(空白)’의 뜻이 내포되어 있으므로 100에서 1을 뺀 나머지 99를 용수(用數)로 본다. 그런데 8년간의 평상적인 달은 96삭망월이므로 여기에 3달의 윤달을 두어 총 99삭망월이 되는 법도가 마침 龍[三+卜+月+立+己]자에 부합한다. 용의 몸체에 달린 세 개의 비늘을 3달의 윤달로 간주할 수 있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평소에는 쓰지 않다가 때가 되면 윤달을 두어 어긋나는 일월운행을 합치시키는 이치가 마치 지하 연못 속에 잠긴 용이 때를 만나서 하늘로 오르는 모습과 통한다고 하겠다. 마침 용의 비늘이 9×9=81개이기도 하다.

한편 호(虎)의 경우는 역수(曆數)상 19년 주기로 생성되는 7달의 윤달(19세 7윤법)에 관련지어 볼 수 있다. 윤달(閏月)은 평상적인 달에 보태는 달이므로 潤(불을 윤)과 통하고 윤택한 덕을 베푸는 연못(서방 兌는 연못에 해당함)에 상응한다.

 

참고 : 지난달 천자문 내용 중 그림내용에 수정 사항이 있어 알려드립니다.

그림 중 인충(鱗蟲)은 목(木) 위치에 모충(毛蟲)은 금(金) 위치에 그리고 개충(介蟲)은 수(水) 위치에 각각 해당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