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은 오얏과 능금이 보배롭고, 나물은 겨자와 생강이 중요하다

<월간중앙 2012년 9월호 – 이응문의 주역으로 푸는 천자문 07>

천자문에는 중국 중원(中原)을 중심으로 사방에서 나는 유명한 토산물(土産物)을 설명하는 문구도 들어 있다. ‘금생여수(金生麗水)’의 금은 중원의 남쪽, ‘옥출곤강(玉出崑崗)’의 옥은 서쪽 지역에서 주로 생산된다. 또 중원 동쪽은 오얏(李), 북쪽은 능금(柰)이 유명하다. 토산물 산지를 나타내는 문구에도 주역의 이치가 담겨 있다.

果珍李奈 菜重芥薑

 

果珍李柰(과진이내) : 과일로는 오얏과 능금을 보배롭게 여긴다.

훈음 : 果(열매 과) 珍(보배 진) 李(오얏 리) 奈(능금 내)

 

▲ 문구 풀이

앞에서의 金生麗水, 玉出崑崗, 劍號巨闕, 珠稱夜光 구절에서처럼 오행의 토생금(土生金) 이치에 의거하여, 땅에서 생산되는 보배로운 나무열매 중 자두(오얏)와 능금(사과의 일종)을 예시하였다. 오얏은 잘 시들지 않고 나무가 말라도 열매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며 중국 동쪽에서 많이 자란다고 한다. 동방 木의 으뜸인 오얏처럼 ‘동방의 (으뜸)아들’이라는 뜻에서 노자(老子)는 자신의 성(姓)을 이(李)씨로 삼았다고도 한다. 능금은 제사에 올리는 신성한 과일이다. 신목(神木←柰)으로 숭상하는 능금나무는 중국의 북쪽지방에서 많이 나는데, 북쪽은 방위의 근본으로서 어두운 유계(幽界)의 신(神)이 거처하는 곳으로 본다. 제사 때에도 조상의 신위(神位)가 자리한 곳을 북쪽, 자손이 서있는 곳을 남쪽으로 간주한다.

 

▲ 글자 풀이

果는 田(밭 전)과 木(나무 목). 나무에 달린 열매를 이른다. 田은 둥근 열매(口+十). 田안의 十은 완성수로서 무극(無極)한 천지조화를 상징한다. 日(날 일)에서 보듯이 한자에서는 ○ 대신 □로써 둥글음을 표현한다. 뿌린 씨앗 그대로 열매가 맺힘을 인과(因果)로 일컫는데, 因(인할 인)은 씨앗이 땅 속(□)에서 큼(大)을 뜻한다.

珍은 王(玉)과 㐱(참빗 진). 참빗으로 곱게 빗은 머릿결처럼 섬세한 무늬결을 지닌 옥을 이른다. 彡(터럭 삼)은 參(석 삼, 참여할 참) 修(닦을 수) 등과 같이 삼재(천지인)의 도를 의미하기도 한다.

李는 木(나무 목)과 子(아들 자). 나무(木) 열매 중 으뜸(子)인 오얏을 말한다. 부부사랑의 결실이라는 뜻에서 ‘아들’로 일컫는 子는 종자(種子) 즉 새 생명의 씨이다. 첫째 지지(地支)로서 하늘의 문이 열리어 밝은 양(陽)이 처음 회복(回復)되는 때이므로 생명의 부활(復活)을 상징하는 것이다.

柰는 示(보일 시)와 木. 위 하늘의 빛을 나타내는 示(二→上, 小→光)는 대개 神(신령할 신)에 대한 뜻을 지닌다. 비슷한 글자로 奈(어찌 내)가 있다.

 

菜重芥薑(채중개강) 나물로는 겨자와 생강을 중하게 여긴다

훈음 : 菜(나물 채) 重(무거울 중, 거듭 중) 芥(겨자 개) 薑(생강 강)

 

▲ 문구 풀이

앞 문구 果珍李柰에서 높은 나무 위의 열매를 일컫으므로 낮은 땅 주변에 자라는 채소를 들어 문구의 짝을 맞추었다. 식용 야채 중에 매콤한 조미료로 쓰는 겨자와 생강은 위장을 튼튼히 하고 정신을 맑게 하기 때문에 귀중한 강장(强壯) 식품으로 손꼽힌다.

 

▲ 글자 풀이

菜는 艹(풀 초)와 采(캘 채). 들이나 산에서 캐어 식용이나 약용으로 쓰는 나물 등을 이른다. 采(=採)는 爪(손톱 조)와 木(나무 목). 즉 손으로 뿌리르 캐거나 잎을 뜯음을 말한다.

 

重은

(1) 里(마을 리)와 壬(짊어질 임). 田土(里)를 경작할 큰 책임을 짊어짐

(2) 里와 千(일천 천). 전토의 많은 곡식 낱알이 참으로 소중함.

(3) 臿(가래 삽/揷: 꽂을 삽)과 土(흙 토). 가래질하는 소중한 논밭의 흙.

(4) 車(수레 거)와 二(두 이). 무거운 짐을 싣고자 바퀴를 겹쳐 단 큰 수레

라는 여러 견해가 있다. 가벼운 짐수레를 뜻하는 輕(가벼울 경)과 상반되므로 (4)설이 보다 타당하다.

芥는 艸(艹)와 介(끼일 개). 나물(음식)의 맛을 돋우기 위해 껴 넣는 겨자를 나타낸다. 介는 판단을 분명히 하여 옳은 뜻을 굳게 지킨다는 면에서 ‘쪼갤 개’ ‘판단할 개’ ‘절개 개’로도 쓰이는데, 돌을 쪼개듯이 단박에 끊어 시비를 판단함을 ‘介于石(또는 介石)’이라고 한다. 관련글자로 界(지경 계, 경계 계)가 있다.

薑은 艸(艹)와 畺(지경 강). 상충되는 음식 맛을 도와주는 생강을 뜻하며, 畺은 疆(지경 강)과 같은 글자이다. 芥와 薑에 다 경계를 뜻하는 介와 畺이 들어있음을 유의하여야 한다.

※ 彊(굳셀 강) : 畺은 田田(八口)과 三. 즉 8년을 주기로 세 달의 윤(閏)이 생성되는 달력의 이치와 통한다. 주역 건괘(乾卦)에 하늘의 굳건한 운행을 본받은 군자의 ‘自彊不息(스스로 굳세게 쉼 없이 노력함)’을 말하였는데, 畺에 弓(활 궁)을 덧붙인 彊(굳셀 강)은 하늘의 쉼 없는 운행을 상징한다. 활로 쏘아 과녁을 맞히듯 천체일월이 회합(會合)하는 주기를 때맞추라는 것이다.

※ 경상도의 김학봉(金鶴峰: 김성일)이라는 분이 일곱 살 쯤 되어서의 일이다. 선생님이 잠시 나간 사이 천자를 막 다 읽고 복습을 하려는데 이웃에서 제사를 지냈다고 음식이 마침 들어왔다. 옛날에 이웃집에서 제사를 지내고 음식을 갖다 주면 받아먹고 꼭 고맙다는 편지를 써 보내는 예(禮)가 있었다.

선생님은 안계시고 십 여세에서 이십 세 먹어 대학 중용을 읽은 이는 글 한 줄도 짓지 못하였으므로, 겨우 천자문을 떼고 난 일곱 살 먹은 아이가 감사하다는 편지를 쓰게 되었다.

‘실과 과(果), 보배 진(珍), 오얏 리(李), 벚 내(柰)’ 그리고 ‘모두 제(諸), 할미 고(姑), 맏 백(伯), 아제비 숙(叔)’ 에다가, ‘맞을 적(適), 입 구(口), 채울 충(充), 창자 장(腸)’ 과 ‘조아릴 계(稽), 이마 상(顙), 두 재(再), 절 배(拜)’, 즉 “果珍李柰를 諸姑伯叔이 適口充腸하니 稽顙再拜하노라(실과의 보배인 오얏과 벚 같은 여러 가지 음식을, 모든 아주머니와 백부, 숙부, 온 가족이 입에 맞아 맛있게 먹어 배를 채웠으니, 머리를 조아리며 두 번 절하옵니다)”라는 문장을 지었다. 이 네 글귀는 모두 천자문에 있는 글귀이다. 천자를 막 떼고 난 일곱 살짜리가 꼭 천자 속에 있는 글귀로만 이렇게 감사하다는 답을 썼으니, 이렇게 간단하면서도 말이 되고 답례가 되니 과연 천하문장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일곱살에 천자만 읽고서 이런 편지를 하였으니, 천자만 배워도 안 될 게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