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국 홍익사상연구소장이 들려주는 계사년

<중도일보 지면 게재일자 : 2013-01-02   면번호 : 14면 >

대선정국으로 시끄러웠던 임진년 한 해도 저물어 가고 새 시대 새 역사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사람들은 올해 계사년이 갖는 의미를 궁금해하는 것 같다. 사실 학역자로서 인생을 살피고 사회를 바라보려는 자세는 당연한 일이지만 미래의 운명을 진단하고 글을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역사는 천운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노력만으로도 일을 이룰 수 없다.

미래의 역사는 천도와 인사가 함께 하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하물며 ‘부재기위하얀 불모기정이라’는 공자의 말씀처럼 그 자리에 있지도 않은 사람이 세상을 운운하고 국가의 명운을 점친다는 것은 더욱 외람된 일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필자도 사회를 위하는 마음에서 개인의 소견으로 기술하고자 한다. 

계사년을 보통 ‘뱀띠해’로 말한다. 대개는 뱀을 흉측한 동물로 싫어하지만 옛 사람들은 뱀을 ‘업(業)’이라 하여 소중히 대했다. 뱀이 집안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면 부자가 될 징조라며 상서롭게 여기기도 하였다.

띠 가운데 진(辰)은 용이고 사(巳)는 뱀이지만 사실은 같은 류를 음물과 양물로 달리 말한 것뿐이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인문의 시조’인 복희씨를 ‘사신인수(蛇身人首)’로 그리기도 한다. 또 용으로도 표현하고 있다. 결국 인류문명의 개창자로 표현한 것이다. 봄철에 우레가 땅 속에서 나와서 천지를 진동시키고 비 뿌리며 만물을 기른다. 기(氣)로 말하자면 우레요 동물로 말하자면 용이니 뱀은 용과 같은 뜻이다. 12동물 가운데 가장 변화무쌍한 동물이 용과 뱀이므로 이들을 ‘인류의 창조’, ‘문명의 시작’을 뜻하는 상징물로 거론하는 것이다.

격암유록에 ‘진사성인출(辰巳聖人出)’이라 하였는데 1년으로 비유하자면 이 시기는 만물이 가장 활동이 많은 때요 변화가 심한 때로 말한 것이다.

진사를 주역으로 표현하자면 손괘(巽卦)에 해당하며 동남방에 자리한다. 괘상은 바람[風]이다. 봄철 바람으로 만물을 살리는 덕이 있기에 ‘진사성인출’이라 한 것이다. 괘를 오행에 붙이게 되면 동방 목(木)에 해당하는 괘는 진괘(震卦)와 손괘(巽卦)가 된다. 이중에 진(震)은 살아있는 나무로 말하고 손(巽)은 나무를 재단해서 만든 동량(棟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말하자면 진사년은 동방의 목도(木道)를 행하는 해라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손괘를 사람으로 표현하면 장녀(長女)에 해당한다. 어찌 보면 올해 박근혜씨가 당선된 것도 운이 맞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납음(納音)법으로 계사의 뜻을 진단하면, ‘임진계사’는 ‘장류수(長流水)’가 된다. 근원의 물줄기가 끊어지지 않고 계속 흘러가는데 흘러가는곳이 동남방이다. 왜 그럴까? 병서(兵書)를 보면, 양은 서북쪽 술해방에서 끊어지니 술해방은 천문(天門)이 되고 음은 동남쪽 진사방에서 끊어지니 진사방은 지호(地戶)가 된다 하였다. ‘지호’는 땅이 비어있는 곳이므로 그래서 물이 동남방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이같이 천운은 동남방으로 흐른다. 하지만 인사(人事)의 도는 어찌해야할까? 물이라는 것은 처음에 나올 때는 산 높은 곳에서 흐르지만 자신을 낮추고 낮춰서 내가 되고 강이 되고 바다에 이른다. 바다가 백천(百川)의 조종(祖宗)이 될 수 있음은 가장 낮은 곳에 임했기 때문이다. 세상을 담으려는 마음을 갖은 사람이라면 응당 이와 같이 해야만 천운을 받아서 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전술했듯이 미래의 역사는 천도와 인사가 맞물려서 이루어지는 법이다. 내 이야기가 아니라 성인의 말씀이다. 임진년 한 해에 용이 승천해서 하늘을 날았다면 계사년 한 해는 만물을 살리는 바람과 같은 덕으로 세상에 혁신을 이루어야 할 때다. 일을 일으키는 것은 천운이라 하겠지만 일을 이루는 것은 사람에게 달려 있으니 새정권 새혁신의 때를 맞이해서 재사(才士)들이 국풍(國風)을 진작시키기를 천만축수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