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국]군자유(君子儒)와 소인유(小人儒)

<중도일보 지면 게재일자 : 2012-04-09   면번호 : 21면 >

주역(周易)에 대유괘(大有卦:☲☰)가 있다. ‘소유한 것이 크다’는 뜻인데, 재물을 많이 갖거나 지식이 많거나 혹은 세상을 크게 다스리는 등등이 대유(大有)의 뜻이라 하겠다. 대유는 크게 형통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대개 재물이 많으면 도둑이 생기고, 지식이 많으면 시기하는 무리가 생기듯이 세상을 대유하다 보면 그 속에는 선과 악이 섞여있기 마련이다. 이불 속이 따뜻하다 보면 자연히 이[虱]가 생기는 이치다. 외부의 도적도 생기지만 도적은 내 마음 안에도 있다.

대개 사람은 가진 것이 많으면 교만해지고 게을러지고 나태해진다. 이같이 대유하게 되면 안밖으로 도적이 생기므로 대유괘에서 공자는 ‘악(惡)을 막고 선(善)을 선양하라[遏惡揚善]’했다. 이래야만 대유가 보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유괘 맨 마지막 효(爻)를 설명하는 자리에 ‘하늘로부터 도우니 이롭지 아니함이 없다[自天祐之 吉无不利]’하였다. 양이 극하면 음이 생하고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는 법인데, 대유괘의 마지막 자리에 ‘하늘이 돕는다’하고 길(吉)자와 이(利)자의 좋은 글자는 다 썼으니 이는 무슨 연유일까?

공자는 후세 사람들의 이 같은 의심을 풀어주기 위해서 좀 더 상세한 설명을 하였다. “우(祐)는 돕는다[助]는 뜻이다. 하늘이 돕는 자는 순(順)한 사람이요, 사람이 돕는 자는 믿음[信]이 있는 자니 항시 믿음을 밟고 다니고 순함을 생각하며[履信 思乎順] 또 어진 이를 숭상하는지라[尙賢] 이 때문에 ‘자천우지 길무불리’라 한 것이다”하였다. 진실로 하늘의 도움을 받으려면 순(順)과 신(信)과 상현(尙賢)의 이 세 가지 덕목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하늘은 무슨 마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모습을 드러내는 형체있는 것도 아니다. 소리도 없고 형상도 없는 하늘이 사람을 어떻게 돕는다는 것일까? 순(順)은 순종(順從)의 뜻이다. 때를 따르고, 세상을 따르고, 사람을 따르는 뜻이다.

‘순천자(順天者)는 존(存)하고 역천자(逆天者)는 망(亡)이라’는 글 뜻처럼, 순천(順天)은 천리에 부합해서 나가는 자요 역천(逆天)은 천리와 어긋나게 행동하는 자를 말하니 천도에 부합해 나가는 자를 ‘순(順)한 사람’이라 말하는 것이다. 신(信)은 실천(實踐)의 뜻이다. 말보다 행실을 중하게 여기는 사람, 부모에게 효도하기로 다짐했으면 효도할 줄 아는 사람, 세상에 공약(公約)한 것이 있으면 공약을 실천할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이 믿음이 있는 사람이요 세상은 그런 사람을 좋아한다.

이 두 가지 덕목은 그야말로 하늘의 도리를 따르고 인사(人事)에 응하는[順天應人] 참으로 좋은 덕목이라 하겠다. ‘어진 이를 숭상함’은 한편으로는 자신을 낮추고 남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다. 순임금의 ‘자신을 낮추고 남을 따른 것[捨己從人]’과 우임금의 ‘선한 말을 한 자에게 절한 것[禹拜昌言]’과 주공의 ‘밥 먹다 뱉은 일이 세 번 있고, 머리감다 움켜지며 손님 맞이한 일이 세 번 있다는 것[三吐三握]’ 등이 어진 사람을 숭상한 일들이다. 적어도 이 세 가지를 갖춘 사람이라야 하늘이 도와주고 대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며칠 후면 국회의원선거가 있는 날, 누가 하늘의 도움을 받고 대유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공자가 자하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너는 군자유(君子儒)가 되고 소인유(小人儒)는 되지 말아라” 유(儒)는 학자를 지칭한다. 아마 당시의 학자간에도 군자와 소인이 있었던 모양인데 대개 위(位)가 있는 사람이면 유자(儒者)로 불렸다. 군자와 소인을 구분하는 기준이 모호하지만 대개 의(義)와 이(利) 사이에서 구분을 짓는다면 무리되지는 않을 것이다. 소인유는 대개 이해(利害)에 밝은 자다. 재물을 증식시키고 사의(私意)로써 공리(公理)를 없애려 하고 자기 편의에 맞게 움직이는 자, 말하자면 천리(天理)를 해치는 자다. 반면에 군자유는 의리(義理)에 밝은 자로써 소인유에 반대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지금 말하자면 소위(?) 세상에 능력있다는 사람들이 모두 출사표를 던지며 대유의 뜻을 품고 있다. 그들의 그간의 행동거지를 살펴보면 물론 군자유도 있겠으나 소인유도 많이 있을 것이다. 오래간만에 찾아오는 국민주권일, 면면히 훑어보고 이해에 얽매이지 말고 군자유를 뽑는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